[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일이 잘 진척되지 않을 때 대부분 기업들은 그 원인을 기술에서 찾는다. 4차 산업혁명을 맞은 지금 많은 기업은 “우리도 구글의 딥러닝 기술이 있다면” “넷플릭스의 추천 솔루션만 있다면”처럼 탄식한다. 첨단기술과 전문인력만 갖춘다면 새로운 수익 창출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제아무리 뛰어난 기술과 전문가가 투입된다고 하더라도 기존 기업문화를 고수한다면 달라질 것이 없다. 인공지능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당연하게 여긴 일하는 방식과 생각을 모두 바꿔야 한다. 인공지능과 데이터기술만 적용하면 문제가 해결되고 기업이 성장할 것이라는 생각은 헛된 망상일 뿐이다.
인공지능은 인간두뇌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개발된 도구다. 그러나 많은 기업이 ‘모든 일은 인간의 두뇌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고정관념으로 인공지능을 받아들인다. 여전히 사람이 통제해야 하는 도구의 하나로 간주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고방식으로 인공지능을 이용하려고 한다면 인공지능 본래의 기능을 다 활용할 수 없다. 인간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데이터분석을 잘하는 인공지능을 만들어놓고도 인간의 부족한 계산과 인지능력 범위 안에서만 데이터분석을 하려 드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한편에서는 인공지능이 앞으로 인간의 설 자리를 빼앗을 것이란 비관론을 펼치기도 한다.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란 걱정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 역시 인공지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고정관념에 불과하다. 명칭 때문에 일종의 인격체를 연상케 하지만 실제 인공지능은 ‘데이터를 잘 처리하는 컴퓨터’를 뜻한다. 단순한 데이터분석을 넘어 기존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를 지닌 데이터를 만들어내고 비즈니스적으로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진짜 인공지능이다.
데이터기술 응용전문가인 저자가 머신러닝, 빅데이터 등 인공지능과 관련한 주요 개념에 대한 해설을 비롯해 인공지능에 적합한 조직의 변화 방향, 인공지능의 활용법까지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인공지능을 다른 도구처럼 통제하려는 고정관념, 또는 인공지능이 인류를 지배할 수 있다는 ‘순진한 영화적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학문적이고 기술적인 내용이 많아 이해하는 데 다소 어려움이 있지만 ‘뜬구름 잡기’ 식이 아닌 제대로 된 인공지능에 대한 접근이 흥미를 돋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