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SK이노베이션·SK텔레콤·SK C&C 등 주요 계열사 CEO들이 대거 교체된데다 인적 쇄신이후 그룹 전체 실적도 반등하고 있는 이유에서다.
SK텔레콤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창사이래 처음으로 모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통신 업종 전반의 불황 추세 속에서 비효율을 털어내는 ‘기반 다지기’의 해로 평가되기도 한다.
최태원 회장은 10월 말 CEO세미나에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SK그룹이 흔들림이 없었던 것은 김창근 의장과 각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수펙스추구협의회가 ‘따로 또 같이’ 3.0 체제의 구심점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김창근 의장 등 수펙스추구협의회 임원들의 연임이 점쳐지는 대목이다.
전체적으로 실적 반등…“최악 지났다”
그룹 지주사인 SK㈜는 자신을 지배하던 SK C&C와 한 몸이 되면서, IT서비스와 신약,반도체 소재·모듈 등을 담당하는 사업지주회사가 됐다. KB투자증권은 안정적인 로열티 수입에다 자체 사업도 유망하다며 SK㈜를 내년 최선호주로 꼽기도 했다.
국제유가 하락과 글로벌 수요 공급의 불확실성은 여전하지만 SK이노베이션은 올해 3분기 영업익 3639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대비 644.2% 증가했다. 중국 기업들의 공세가 전면화되고 있지만 모바일 D램 판매 확대와 우호적인 환율 덕분에 SK하이닉스는 7분기 연속 1조 원대 영업익을 기록했다. 합병 SK㈜의 IT서비스 부문도 금융권 차세대 시스템을 비롯한 대규모 금융 IT서비스 사업을 잇따라 수주해 전년 동기대비 영업익이 33.2%나 증가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달 SK이노베이션의 신용등급 전망을 ‘AA+ 부정적’에서 ‘AA+ 안정적’으로 높였다.
CEO 대부분 연임할 듯…재판중인 이노베이션·면세점 좌절 네트웍스는 관심
지난해 SK그룹은 구조화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SK이노베이션(정철길 부회장, 수펙스추구협의회 전략위원장), SK텔레콤(장동현 사장 겸 창조경제혁신추진단장), SK네트웍스(문종훈 사장), SK케미칼(박만훈 사장 겸 CTO), SK C&C(박정호 사장), SK브로드밴드(이인찬 사장) 등의 대표이사(CEO)를 바꾸는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 SK㈜(조대식 사장), SK E&S(유정준 사장, 수펙스추구협의회 글로벌성장위원장), SK하이닉스(박성욱 사장)외에 대부분을 바꾼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을 7년 넘게 이끌었던 구자영(68) 대표이사 부회장은 용퇴했다. SK텔레콤을 3년 넘게 이끌던 하성민(59) 사장도 수펙스추구협의회 윤리경영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올해는 작년 같은 큰 폭의 CEO 교체는 없을 것 같다는 게 SK그룹 안팎의 시각이다. 그룹 관계자는 “올해는 회장님이 복귀하시고 지배구조 개선도 완성했고 경영환경이 녹록하진 않지만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한 주력 계열사의 실적도 반등하고 있다”며 “지난해 같은 인사 태풍과는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재판과정에서 무죄가 입증되고 있지만 1주일에 2~3일은 공판에 가야 하는 이노베이션 CEO나, KT렌탈 인수와 면세점 사업권 획득에 실패한 네트웍스 CEO의 경우 교체 가능성도 있지만 유임을 점치는 시각도 만만찮다.
그룹 관계자는 “정 사장은 C&C 공공금융사업부문장 재직 시절 공군 전자전훈련장비(EWTS) 납품비리 연루 의혹을 받고 있지만 재판이 진행되면서 무죄의 증거가 나오고 있다”면서 “면세점도 23년 만의 철수라 아쉽지만 매출 하락 폭은 2000억 원 내외여서 CEO교체까지 이뤄질 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