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사면초가'

  • 등록 2015-12-02 오전 6:00:00

    수정 2015-12-02 오전 8:56:15

시효 넘긴 포인트 낙전 못챙기고…카드 없는 지급결제 코앞

‘고객 동의 얻어 기부’ 법개정 추진

업계, 연간 8000억원 수익 줄듯

인터넷은행 ‘수수료 0%’도 위협


[이데일리 김동욱 기자] 요즘 카드업계에선 ‘더는 당국이나 국회 눈치 볼 상황이 아니다’란 말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내년부터 영세·중소가맹점에 적용되는 카드수수료율이 대폭 줄어드는 데 이어 최근 국회가 유효기간이 지난 카드 포인트나 기프트카드 잔액을 기부금으로 돌리는 방안을 담은 법안을 추진하면서다. 카드사로선 당장 내년부터 수수료수익이 7000억원 정도 줄어드는 건 물론 앞으로 매년 1000억원에 이르는 포인트·기프트카드 낙전 수익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카드사들은 그동안 국회와 사업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정부를 의식해 어느 정도 손해를 받아들이고 정부 정책을 따랐지만 지금은 정부와 국회를 그대로 따랐다간 망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을 갖고 있다. 최근 기업계 카드사가 줄줄이 매각된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런 업계 분위기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카드사 연간 8천억 수익줄 듯

1일 카드업계와 국회에 따르면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담은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에 대해 여야 합의를 봤다. 개정안은 신용카드사가 유효기간이 지난 포인트나 소멸시효를 넘긴 기프트카드 잔액을 고객 동의를 얻어 기부금 재단에 기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법이 효력을 발휘하는 내년 6월부터 카드사 대표격인 여신금융협회는 기부금을 관리할 기부금 재단을 세워야 한다. 카드사들은 그동안 유효기간이 지난 포인트나 소멸시효를 넘긴 기프트카드 잔액은 낙전수익으로 잡았지만 앞으로는 고객에게 알린 뒤 기부금으로 내놓아야 한다. 카드사들은 매년 포인트 낙전수입으로 1000억원 정도를 벌었다. 기프트카드 잔액은 60억원 정도가 낙전수익으로 잡힌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 수익이 고스란히 사라진다.

카드업계는 속을 끓고 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포인트는 카드사가 고객에게 주는 혜택인데 유효기간이 지났다고 해서 이를 기부금으로 다시 내는 걸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라며 “앞으로 카드사로선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포인트 혜택을 대폭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영세·중소가맹점에 적용되는 카드수수료율을 대폭 내린 걸 계기로 대형가맹점은 물론 그동안 높은 수수료율을 적용받았던 온라인가맹점들도 수수료를 깎아달라는 요구하고 나서는 점도 카드업계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대형가맹점들은 “기준금리 하락으로 조달금리가 내려간 만큼 대형가맹점에 적용된 수수료율도 내려가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온라인쇼핑몰과 같은 온라인가맹점은 현재 3~4%의 카드수수료율이 적용된다. 카드수수료와 별개로 온라인 카드 결제를 대행하는 PG(결제대행사)를 거치기 때문이다. PG사들은 카드사들이 PG사에 물리는 수수료율(2%)을 내려야 온라인영세가맹점에 적용하는 수수료율(1.5%)을 내릴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카드사로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는 셈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대형가맹점이 수수료율을 내리지 못하면 판촉비를 지원해달라고 요구하는데 카드사 상황도 너무 빠듯해 사실상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카드 없는 지급결제 코앞…카드사엔 위기

카카오뱅크를 비롯한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계기로 카드 없는 지급결제 시스템이 코앞으로 다가온 점도 카드업계로선 위기다. 카뱅은 소비자와 판매자를 직접 연결하는 간편결제를 선보여 판매자가 카드사에 내는 수수료를 0%로 내리겠다는 전략을 내놨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카뱅이 여러 혜택을 주고 시장 지배력을 얻어 카뱅 방식의 지급결제가 늘어나면 수수료수익에 의존하는 카드사로선 더 궁지에 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카드사들도 고민이다. 줄어든 수익을 메우려면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혜택을 줄여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카드회원이 줄어 장기적으로는 회사 존립에 영향을 받게 돼서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요즘 카드사들이 내세우는 전략 1순위가 바로 비용 줄이기”라며 “비용을 줄이는 방법도 마땅치 않아 현재로선 기존 인력을 줄이는 식의 방법 말곤 없어 고민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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