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터닝메카드…반복되는 장난감 가격폭등 `왜?`

완구업체 수요예측 실패..해외 생산기지 둬 시차 발생
유통구조 왜곡 더해져 심화..공정위 "가격은 노터치"
"수요트렌드 짧아 쏠림현상 반복 불가피"
  • 등록 2015-09-16 오전 2:55:00

    수정 2015-09-16 오전 2:55:00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미국 뉴저지에 사는 장그래(가명·42)씨는 최근 아마존에서 터닝메카드를 정가의 3배 가격인 5만원에 구입했다. 초등학생인 둘째 아이를 위해 꼭 필요한 상황에 제값을 주고 구할만한 다른 선택권이 없었던 탓이다.

국내 완구업체 손오공(066910)의 변신로봇인 터닝메카드 인기가 쉬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남아는 물론 여아들까지 자석카드를 갖다대면 바로 로봇으로 변신하는 터닝메카드에 환호한다. 터닝메카드는 그 종류만 16가지고 컬러를 새롭게 출시한 것까지 포함하면 무려 48종에 달한다. 요즘 대형마트에서 터닝메카드를 구매하기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다. 이 틈을 노려 온라인에서는 정가의 2~3배 웃돈을 붙여 버젓이 판매되며 부모 속을 타게 한다.

아이들 장난감의 품귀 현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말부터 지금까지 품귀 현상을 빚었던 완구류만도 다이노포스 티라노킹, 가브리볼버, 요괴워치, 터닝메카드 등 5~6가지나 된다. 그만큼 아이들의 관심은 빠르게 바뀐다.

지난해말 이후 품귀현상을 빚은 장난감들. 이들은 온라인에서 정가보다 2~5배가량 비싸게 거래되기도 했다. 사진=각사
제조사 수요예측 어려워

인기 캐릭터 완구의 품귀현상은 수요와 공급 불균형에서 비롯된다. 공급은 한정된 데 비해 일부 제품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탓이다. 수요-공급의 불일치속에 가격 상승은 당연한 결과다.

문제는 수요 공급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많다는데 있다. 일단 영세한 완구업체들은 대부분 자체 공장을 가지고 있지 않다. 주문자상표부착제조(OEM)방식으로 중국이나 동남아 등에서 생산·수입해오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미리 주문제작을 한다.

국내 완구업체 관계자는 “제품 주기가 짧고 재고 부담이 커 선제조는 최소화하는 경향이 있다”며 “해당 아이템이 인기를 끌 경우 추가로 생산을 늘리긴 하지만 시차 때문에 공급 부족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고 말했다.

실제 출시후 소비자 반응이 뜨거워 추가 생산을 주문하더라도 생산돼 유통되기까지는 한 달반에서 두 달가량 소요된다. 해외 생산기지를 둔 탓에 공급에도 시차가 발생하는 것이다. 손오공의 터닝메카드 역시 국내에선 생산되지 않는다. 중국과 동남아 등지에서 생산해 들여오는 구조다.

아울러 완구업체들이 생산하는 장난감은 대부분 금형을 만들어 플라스틱 등으로 찍어낸다. 대형 금형의 경우 금형당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호가해 완구업체들이 당장 잘 팔린다고 설비투자를 늘리기도 쉽지 않다. 지금 당장은 잘 팔리더라도 인기제품의 유통기한이 길지 않은 탓이다. 일본의 대형 완구업체 반다이 역시 정확한 수요예측에 실패한데다 일본과의 시리즈물 차이로 인해 지난 연말 다이노포스 티라노킹 등의 몸값이 4~5배까지 치솟기도 했다.

유통과정에서 왜곡 심화

생산 공급 과정에서의 구조적인 문제도 있지만, 장난감이 유통되면서 왜곡을 더욱 부추기는 현상도 뚜렷하다. 대형마트 등에서는 구할 수 없는 제품도 온라인에서는 정가보다 몇 배나 비싸게 버젓이 거래된다. 심지어 일부 유통업자들이 인기 제품을 미리 사재기해 물량을 확보한 뒤 폭리를 취하면서 비싸게 판매하는 게 아니냐는 소비자들의 의구심도 생기고 있다.

이에 대해 완구업체 및 대형마트 관계자들은 “전혀 아니다”라고 해명한다. 없어서 못 파는 물건을 팔지 않고 묶어둘 이유가 없다는 것. 인기 장난감의 경우 수요가 워낙 폭발적으로 늘다보니 이같은 의심이 생기는 것으로 해석했다.

다만 일부 리테일러들이 물건을 구매, 오픈마켓 등 온라인으로 이윤을 취하고 비싸게 판매하는 경우는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일부 소비자들이 대형마트에서 인기 제품을 구입한 뒤 온라인에 몇 배나 가격을 높여 재판매하는 경우가 있다”며 “1인당 제품 구매 수를 제한하고는 있지만,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현재 완구업체는 대형마트나 문방구 등에 제품을 공급한 이후엔 재고 부담을 지지 않는다. 오롯이 유통업체가 부담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권장소비자가격이 있긴 하지만 유통 마진을 50%가량 붙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일부 재고소진을 위해 터닝메카드 등 인기제품에 여타 비인기 제품을 ‘1+1’으로 함께 파는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공정위 “가격은 손댈 수 없다”

이같은 구조로 인해 아이들의 장난감 품귀현상, 가격 상승은 쉽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가격’에 대해선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부 업체가 독과점을 통해 가격을 통제한다면 나설 수 있지만 완구업계의 경우 수많은 업체들이 자율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끼어들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만약 소비자가 선택할 수 없다면 독점적 남용으로 볼 수 있지만, 수많은 완구제품 중에 선택할 수 있다”며 “시장경쟁을 통해 해결될 수 있으며, 업체가 단순히 비싸게 판매한다고 해 개입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불완전한 정보에 따라 가격이 왜곡될 수 있어 컨슈머리포트 등을 통해 정보 제공을 충분히 하도록 지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일정부분 비싸게 판매되더라도 결국 기업이 추가생산에 나서면 가격이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라며 “세계적으로도 담합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공정위가 가격에 대한 조사, 통제 권한을 갖는다”고 밝혔다.

완구업계 관계자는 “수요 트렌드가 너무 짧아 영세한 완구업체들이 유연한 대응을 하기엔 부담이 크다”며 “특히 남아 완구의 쏠림 현상은 주기적으로 반복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결국 어린이들이 환호하는 일부 ‘귀하신’ 장난감의 경우 수요 집중→물량 부족·유통 왜곡→가격 상승의 악순환 고리가 구조적으로 해소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 관련기사 ◀
☞ 손오공 터닝메카드 `대란`…부모들 `발동동`
☞ 크리스마스가 뭐길래…웃돈 2~4배 귀하신 장난감들
☞ "터닝메카드 새 캐릭터 쏟아진다"…손오공 `급등`(종합)
☞ '터닝메카드의 힘!'..손오공 영업익 1815% 폭증(상보)
☞ 없어서 못 파는 터닝메카드, `짝퉁` 주의보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이즈나, 혼신의 무대
  • 만화 찢고 나온 미모
  • MAMA 여신
  • 지드래곤 스카프 ‘파워’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