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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위원장은 지난 1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도 한은 얘기가 나오자 목소리 톤이 올라갔다. 기획재정부 등 정부를 향해서는 점잖은 어투를 유지하다가도 한은을 향해서는 언성이 높아졌다.
정 위원장은 최근 한은법의 목적 조항에 물가안정 외에 고용안정까지 추가하자는 한은법 개정안을 발의한데 대해 “지금은 저물가 국면이기 때문에 이미 목적을 달성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속된 말로 한은이 할 일이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머리 좋고 고임금을 받는 ‘한은맨’들을 그대로 둬야 하느냐”면서 “전 국가적으로 일자리가 화두인데 한은도 동참해야 한다”고도 했다.
중앙은행 역할론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인플레이션의 시대’였던 20세기 때는 중앙은행은 물가하고만 싸우면 됐다. 사실 그것도 버거웠다. 개발경제시대를 거친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한은에서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통화정책 외에는 쓸 수 있는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다만 정 위원장은 “(일거리를) 하나 주니까 복잡하고 어렵고 또 잘못하다가 욕 먹는 것도 생각하다 보니,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안하려고 하는 것은 그 자체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목적 조항에 고용안정도 넣어서 해보다가 ‘더 잘하려면 이런 저런 게 필요하다’라고 부탁하면 도와줄 수 있는 것”이라면서 “해보기도 전에 이러쿵 저러쿵 하면 안 된다. 무엇이든 도전하고 개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위원장이 한은으로 하여금 개인소득·자산별 가계부채 현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한 한은법 개정안 등 5개 법안을 낸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더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하는 것이다.
그는 그러면서 “한은에 우리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 가계부채 적정규모를 계산해보라고 부탁했다”면서 “이와 함께 가계부채 전수조사를 해달라고 촉구했다”고 말했다.
실제 한은법 1조2항을 보면, 한은은 금융안정에 유의해야 한다고 규정돼있다. 가계부채는 곧 한은의 과제인 것이다. 이 조항과 관련해 정 위원장의 지적처럼 한은이 물가 외에 성장에도 신경써야 한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