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난 최혁재 마이쿤 대표는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탈 입장에서는 해외법인에 대한 송금 및 처리 업무가 복잡할 수밖에 없다”면서 “미국 현지 업체에 대한 투자는 종이 한장으로 끝나지만, 한국 벤처에 대한 투자는 수십장의 문서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마이쿤은 지난 1월 미국 최대 벤처 투자·육성(accelerator) 기업인 500스타트업(500 startups)의 배치(batch) 프로그램에 선발돼 10만 달러(약 1억1000만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그러나 해외투자금에 대한 국내 행정 절차 때문에 이를 대행할 변호사을 선임했다. 처리 비용이 1000만원 넘게 소요됐다. 게다가 해외 송금액에 대한 신고 절차 등으로 한 달간 투자금이 은행에 묶여 있었다.
실제로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에 투자하려면 금융감독원에 외국인 투자등록을 해야한다. 등록 관련 각종 서류가 요구되는 것이다. 필요서류와 작성법은 금감원 홈페이지 ‘외국인투자제도안내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분량이 80페이지에 달할 뿐 아니라 한국인도 이해하기 힘든 용어가 수두룩하다. 해외 투자자 입장에서는 장벽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벤처기업들이 해외 투자 유치시 대리 변호사를 선임한다.
물론 국내 벤처캐피탈(VC)이나 정부자금을 사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리콘밸리가 세계 스타트업 생태계의 중심인 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이 곳에서 터를 잡아야 한다는게 업계 얘기다. 게다가 투자금 규모도 실리콘밸리가 훨씬 크다. 세계 벤처투자의 60∼70%가 미국에서 이뤄지고 있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이 실리콘밸리의 벤처회사에 대한 투자다. 특히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둘 경우 현지 생태계의 도움을 보다 쉽게 받을 수 있다.
한편 실리콘밸리에 창업한 기업들의 가장 큰 고민은 비자 문제다. 무비자 프로그램으로 입국시 최장 90일, 관광비자를 발급받더라도 3개월 밖에 체류할 수 없다. 산호세에 모바일게임 벤처를 창업한 조현선 키야트게임즈 대표는 “장기 체류를 위한 비자발급은 비용이나 시간도 문제지만 100% 발급된다는 보장도 없다”면서 “비자 문제 때문에 미국 창업에 도전했다가 많은 창업자들이 되돌아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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