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기정사실화..현대하이스코 팔고 현대제철 사라'

증권가 잇딴 합병가능성 제기
일관제철소 추진·재무구조 개선 효과..신규 순환출자 금지 움직임도 요인
지배구조상 현대제철 투자가 바람직
  • 등록 2013-10-10 오전 7:20:00

    수정 2013-10-10 오전 7:20:00

[이데일리 김세형 기자]증권가에서 현대기아차그룹 계열 철강회사인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 간 합병을 점치는 관측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대규모 투자가 마무리된 가운데 일관제철소 추진 방침에도 맞고, 재무구조 개선 효과도 볼 수 있기 때문이라는 근거다. 현대하이스코(010520) 주주라면 합병 주체가 될 현대제철(004020)로 갈아 타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는 권고도 내놓고 있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하이투자증권과 KDB대우증권이 두 회사의 합병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 보고서를 잇따라 내놨다. 현대제철이나 하이스코는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가운데 증권가에서 먼저 합병 가능성을 치고 나온 것이다.

두 회사의 합병 가능성이 회자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자동차용 강재를 생산, 그룹의 주력인 현대차와 기아차에 공급하는 것이 계열 철강사들의 주된 목표인 가운데 현대제철은 상(上)공정을, 현대하이스코는 하(下)공정을 담당, 굳이 별도법인으로 둘 필요가 적다는 것이 주요 근거였다.

하이투자증권과 대우증권은 합병의 근거로 이같은 큰 틀 외에도 두 회사의 대규모 투자가 마무리돼 통합시 시너지를 높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현대제철은 합병 이후 당장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방민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두 기업 모두 대규모 투자가 일단락됐고, 하공정을 담당한 현대하이스코가 완전 정상화된 이상 일관제철소가 분리돼 있을 필요가 없다”며 “합병은 시점의 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합병을 염두에 둔다면 현대하이스코를 팔고 현대제철로 갈아 타는 것이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합병 이사회 결의 전까지 현대제철의 주가가 하이스코보다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여야 정몽구 회장은 물론이고 현대차그룹에도 유리하다는 이유에서다.

현대제철은 현금 여력이 작아 주식매수청구권이 예상보다 많이 행사될 경우 합병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현대하이스코 지분 7.99%를 보유한 일본 JFE스틸도 한 요인이다. JFE스틸은 지난해 하이스코 지분 4.99%를 그룹에 팔았고 향후 잔여 지분 역시 그룹에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제철의 가치가 높아야 자금 소요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합병이 향후 지배구조에도 영향을 미치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대차는 현대하이스코 최대주주로서 합병뒤 현대제철 지분을 10% 안팎으로 보유하게 된다. 이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로 이어지는 기존 순환출자 구조에 이어 신규 순환출자 구조(현대모비스-현대차-현대제철)가 형성되는 결과를 낳는다.

국회에서 신규 순환출자 금지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 이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대우증권은 합병뒤 정몽구 회장의 현대제철 보유지분과 현대제철 보유 모비스 지분간 주식 스왑이 이뤄질 것으로 봤다. 정 회장 입장에서 현대제철 지분을 많이 가지면 가질수록 대응하기가 편해진다.

사실 신규 순환출자 금지는 양사간 합병을 부추기는 요인이기도 하다. 장기적으로 정리가 불가피한 가운데 법 통과에 앞서 사전에 작업을 마쳐야 최소한 규제 적용의 유예기간이라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 한 법인영업 브로커는 “회사측은 가만히 있는데 애널리스트들이 대놓고 합병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셈”이라며 “업계에서는 빠르면 이달 안에 합병 결의가 이뤄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파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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