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에 대해 “현 경영진 책임”을 재차 언급하며 이사회가 나서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우리금융 이사회의 현 경영진 봐주기가 도를 넘었다는 의미인데 이사회에선 오히려 현 경영진에 대해 책임을 묻는 건 부당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사회가 사실상 현 경영진의 거수기 역할로 전락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이사회는)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 원장의 질타에도 이사회가 임종룡 회장과 조병규 행장의 책임을 오히려 감추는 데 급급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우리금융 이사회의 한 사외이사는 5일 “(손태승 전 회장의 부당대출 사건에 대해)도덕적으로 반성할 부분이 있고 이사회와 현 경영진 모두 깊이 통감하고 있다”며 “금감원의 추가 검사와 검찰 수사를 통해 손태승 전 회장의 부당대출 사건이 밝혀져야 할 문제지 이사회에서 현 경영진에 책임을 묻는 건 부당한 일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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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은행에서 벌어진 대규모 금융사고의 심각성이 중대한데도 현 경영진에 대한 이사회 차원의 공식적인 문제 제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지난달 열린 우리은행 이사회에서도 조병규 우리은행장 등 주요 경영진에 대해 책임 여부를 묻는 절차는 없었다. 우리은행은 이사회에 부당대출 사건 조사 내용을 금감원 검사 시작 이후에나 보고했다. 금감원의 조사는 5월쯤에 시작했고 이사회 보고는 6월말이다. 우리은행은 올해 1월부터 손태승 전 회장 부정대출 관련 조사를 진행했다. 이사회에 늑장 보고한 것인데 이사회는 문제 삼지 않았다.
문제점이 드러났음에도 이사회는 횡령사고를 공식 안건으로 다루지 않았다. 브랜드 이미지 실추와 고객 신뢰도 하락 등 은행 경영에 악영향을 미치는 대규모 부정대출 사고 임에는 우리은행 이사회와 우리금융 이사회 모두 복지부동으로 일관하고 있다. 과점주주가 내세운 사외이사들이 제왕적 권위를 행사하는 현 경영진의 대항마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금융 이사회는 과점주주 사외이사 5명과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을 비롯한 사측 인사 3명 등 8명으로 구성돼 있다. 과점주주 사외이사가 많다고는 하지만 이해득실이 얽혀 있는데다 임 회장의 강력한 권한 탓에 사외이사들이 적극적으로 뜻을 모아 문제 제기하긴 쉽지 않았을 것이란 추측이다. 실제로 우리금융 이사회에서 올해 다뤄진 안건 결의에서 반대의견은 ‘0’이었다.
내부통제 실패임이 사실로 드러난만큼 이사회가 임종룡 회장과 조병규 은행장에게 책임을 묻고 앞으로의 거취도 확인해야 한다는 게 금융권의 지적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 우리금융 경영진과 우리은행 경영진 모두 우리은행 경영 과정에서 내부통제가 이뤄지지 않는 부분에 대해 책임감 있게 조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