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법·美행정명령…중구난방식 AI규제에 바빠진 기업들

[안전한 AI를 위한 길]①
연내 EU법 발표, 美 행정명령 지침화, 9월 개인정보보호법 시행
무역장벽될라…네이버·SKT AI 정책연구조직 신설
AI 컴플라이언스 인재 뜬다…정부서도 일해야
  • 등록 2024-01-04 오전 5:39:00

    수정 2024-01-07 오후 1:34:43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김현아 IT전문기자] “미국과 중국이 인공지능(AI) 개발의 선두주자인 만큼 앞으로도 기술적 측면에서 계속 우위를 점할 것입니다. AI 관리 방안의 하나로 유럽(EU)식 거버넌스 모델이 거론되고 있는데, EU는 법을 통과시키는 데 능하지만 집행에는 취약한 편이기도 합니다.”

아누 브래드포드 미 컬럼비아대 로스쿨 교수는 2일(현지시간) 이데일리 단독 인터뷰에서 AI 패권전쟁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브래드포드 교수는 유럽의 AI 규제안(AI Act) 제정에 크게 기여한 인물로, 디지털 규제에 대한 세계적인 전문가다.

아누 브래드포드 미 컬럼비아대 로스쿨 교수.(사진=본인 제공)
디지털 세계는 현재 미국과 EU, 중국 등 3개의 제국으로 분열되고 있다. 브래드포드 교수는 이같은 상황에서 AI에 대한 규제가 자유민주주의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갈 것인지 또는 중국의 디지털 권위주의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갈 것인지를 두고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이라고 봤다. 그는 “많은 국가들이 중국을 따라 독재정권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AI를 사용할 경우 자유민주주의가 소멸할 수 있다. 자유민주주의 방식으로 AI를 통제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AI의 급속한 발전은 전세계적인 주도권과 규제를 선점하기 위한 각국 정부들의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만들 전망이다. 올해 EU에서는 AI법이 관보에 게재돼 2026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금지 대상 AI는 효력 발생 후 6개월 이내에, 범용 AI 규제는 12개월 이내에 적용된다. 미국도 지난해 10월30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AI에 대한 행정명령(Executive Order)’이 연내에 연방기관의 AI 사용 지침으로 확대될 예정이어서 AI 규제가 무역장벽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가 AI 분야에 개입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AI법 제정을 통해 워터마크 표시를 의무화할 계획이며,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올해 9월 시행될 개인정보보호법을 통해 AI 활용 채용 거부권을 신설했고 문화부는 저작권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무역장벽될라…네이버·SKT AI 정책연구 신설


그러나 이 같은 시도는 AI 기술 발전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 각국이 규제를 만들 때 자국의 산업 수준을 고려한다는 점, 서로 다른 규제 수준을 가지고 있다는 점 때문에 기업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네이버(NAVER(035420))나 SK텔레콤(017670)과 같은 대기업들은 글로벌 AI 정책 연구조직을 별도로 둘 수 있지만, 스타트업들은 국내 정책·규제 동향을 따라가기도 버겁다.

새해를 맞아 네이버는 최수연 대표이사 직속으로 ‘퓨처 AI 센터(Future AI Center)’를 신설하는 조직 개편을 했다. 퓨처 AI 센터는 AI 안전성 연구를 전담하는 조직으로, 센터장으로는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 이노베이션 센터장이 임명됐다. 이 센터는 글로벌 진출을 위해 국제적인 규제 동향을 주시하고, 이에 부합하는 기술 개발 및 서비스 보완 정책을 개발할 예정이다.

SK텔레콤도 지난해 12월 조직 개편에서 판사 출신인 정재헌 사장을 대외협력 담당으로 영입해 기존 사업 외에도 AI 글로벌사업 확장을 지원하는 정책 연구를 시작했다. 이를 통해 AI 정책과 규제에 전문가를 투입해 사내 AI 거버넌스를 강화하고, 글로벌 환경에서 대외협력 역량을 향상할 계획이다.

AI 컴플라이언스 인재 뜬다…정부서도 일해야

AI 개발과 사용에 대한 법적 환경이 복잡해지면서, 전문가들은 AI 기술뿐만 아니라 AI 규제와 윤리에 대한 전문가팀을 꾸리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국내외 규제에 대응하려면 자체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고, 개발한 시스템의 프라이버시 및 보안 위협, 차별과 편향성 등을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다.

박성필 KAIST 미래전략대학원장은 “각국이 국가 차원의 AI 거버넌스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데다 AI 중심으로 산업이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도 “하지만, AI 기술 자체가 블랙박스를 내포하고 있으며 그 발전 속도가 너무 빨라 기업의 정책 대응 난이도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와 민간의 기술 격차로 정책 형성과 집행에서 빅테크들의 영향력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AI 인재들이 정부에서도 일해야 한다. 앞으로는 기술 인재와 함께 컴플라이언스 인재가 많이 필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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