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 무법자’ 전동킥보드 사망 절반 이상은 ‘단독사고’

최근 5년간 사망자 55%가 단독사고로 집계
개인형 이동장치 교통사고 나홀로 ‘증가세’
법 개정에도 안전수칙 잘 지켜지지 않아
“최고속도 하향 조정 등 개선책 마련해야”
  • 등록 2022-06-15 오전 7:30:00

    수정 2022-06-15 오전 7:30:00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 17세 청소년 A군은 지난해 10월 28일 오후 8시 26분쯤 전동킥보드를 타고 서울 노원구 상계로에서 내리막길로 이동하다가 전신주와 충돌했다. 사고 현장의 내리막길은 급경사구역으로, 빠른 속도로 우회전하던 A군은 속도를 제어하지 못하고 전신주에 그대로 돌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A군은 현장에 출동한 119 구급대원에게서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사망했다.

사진=연합뉴스
전동 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PM) 이용자가 늘고 있지만 그 위험성이 높아 사망사고 등 대형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늘고 있다. 특히 개인형 이동장치로 인한 교통사고 사망자 중 절반 이상은 다른 차량이나 보행자와 충돌한 것이 아닌, 단독사고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7년~2021년) 가해운전자 차종이 개인형 이동장치인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총 45명으로, 이중 55%가 넘는 25명이 단독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다른 차종과의 추돌·충돌과의 사고에 의한 사망이 아니란 의미다.

차 대 사람 사고로는 1명, 차 대 차 사고로는 19명이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형 이동장치 단독사고의 치사율(교통사고 100건 당 사망자 수)은 6.6명으로 차 대 사람(0.1명), 차 대 차(1.0명) 상황보다 현저하게 높은 수준이다. 피해운전자 차종이 개인형 이동장치인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최근 5년간 20명에 달했다.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는 정부의 통계 관리가 시작된 1970년 이후 50여년 만에 처음으로 2000명대까지 감소했지만, 개인형 이동장치 사고로 발생한 사망자는 나홀로 증가세다. 전동킥보드 같은 개인형 이동수단 사고로 발생한 사망자는 지난해 19명으로 전년(10명)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상황이 이렇자 지난해에는 개인형 이동수단 관련 법이 개정됐다. 운전면허가 있는 사람에게만 전동킥보드 운행을 허용하고, 인도 주행과 2인 이상 탑승이 금지됐다. 안전모 착용도 의무화했으며 이를 어길 시엔 2만 원의 범칙금을 부과한다.

하지만 법 개정에도 사고는 계속 발생하는 중이다. 최근엔 현직 경찰마저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고 전동킥보드를 몰다 사고를 내고 입건되는 사례가 있었다. 서울 중부경찰서 소속인 A경장은 지난 3일 오전 0시30분쯤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거리에서 술에 취한 채 전동킥보드를 타다가 승용차를 들이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A경장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한 결과 0.08% 이상의 면허 취소 수준에 해당하는 상태였으며, 안전모 등 안전 장비도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공단은 개인형 이동장치 단독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운전자의 조작 미숙과 개인형 이동장치의 구조인 특성을 꼽았다. 고지근 도로교통공단 교통운영연구처 책임연구원은 “개인형 이동장치는 바퀴가 이륜차나 자전거에 비해 매우 작기 때문에 노면 상태에 따라 균형을 잃기 쉽고 제동장치의 안정성도 떨어지므로 안전모 등의 보호장구를 반드시 착용하고 25km/h 미만의 저속으로 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고 속도 하향 조정 등 다양한 개선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진단도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재 시속 25Km 미만 규정이지만 20㎞ 미만으로 낮춰야 보행자 등과의 접촉사고에서 부상의 정도를 크게 낮출 수 있다”면서 “중장기적으론 도로교통법 내 별도의 단원을 만들어 전동킥보드를 포함한 모든 퍼스널 모빌리티 관련 규정으로 별도 구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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