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깡 이어 별풍선깡도 등장
‘별풍선깡’은 비제이(BJ) 등과 연결된 조직이 급전이 필요한 사람에게 개인방송에서 선물 등으로 쓰이는 별풍선을 소액 결제하도록 해서 수수료를 챙기고 남은 돈을 지급하는 범죄 행위입니다. 신용카드로 물건을 사는 것처럼 꾸며 결제한 뒤 현금을 되돌려받는 ‘카드깡’과 비슷하죠. 어떤 결제 수단을 이용하느냐에 따라 ‘상품권깡’, ‘쿠폰깡’ 등 이름은 다르지만 모두 급전이 필요한 어려운 사람들을 상대로 자행한 불법 대출입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이 같은 ‘별풍선깡’, ‘상품권깡’, ‘쿠폰깡’ 등의 방식으로 7800명에게 59억 원 규모의 자금을 융통한 25명(업자 16명, BJ 9명)을 붙잡아 이 가운데 1명(업자)을 구속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59억 원 전체가 별풍선깡이라고 보도했지만 대부분은 상품권이나 쿠폰 같은 소액결제 수단을 이용한 것이고, 별풍선을 활용한 건 일부라고 합니다.
어찌 됐건 이런 행위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상 금지행위로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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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BJ 수익되는 별풍선
‘별풍선’이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자신의 좋아하는 BJ에게 응원의 의미로 보내는 별풍선은 콘텐츠를 만드는 창작자들의 수입원이 되고 이를 지원하는 플랫폼 기업의 매출 증가에도 도움이 됩니다. 시청자가 별풍선 10만 원어치를 결제해 BJ에게 선물하면 이 중 7만 원 정도는 BJ에 나머지 3만 원 정도는 플랫폼(아프리카TV)에 돌아간다고 전해집니다. 구글플레이스토어 같은 앱 장터에서 개발자가 70%를, 플랫폼이 30%를 갖는 구조와 비슷하죠.
그런데 ‘깡’이 발생하면 다르다고 합니다. BJ와 깡조직이 짠 상황에서 결제가 이뤄졌다면 급전이 필요한 사람이 50~60%를, 플랫폼이 30%를, 깡조직과 결탁한 BJ가 10%~20%를 가져간다고 하죠.
아프리카TV는 평소에 인기가 없던 곳에서 갑자기 ‘별풍선’이 많이 나오거나 액수가 갑자기 올라갈 경우 해당 계정에 대해 이용제재나 환전정지를 취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프리카TV는 이외에도 사행성 조장이나 선정성 확대 같은 별풍선 역기능을 줄이려고 일일 결제한도를 100만 원으로 규제했지만 ‘깡’ 같은 범죄 행위를 막을 순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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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결제도 골머리..개인방송 생태계 참여자 노력 절실
또 하나 골치 아픈 게 소위 대리결제입니다. 조블페이 같은 대리결제 업체를 이용하면 하루에 4000만원, 3일 동안 1억2000만원어치의 별풍선을 보낼 수 있죠. 이용자가 대리결제를 활용해 여러 수단을 돌려가며 결제하면 별풍선 일일 100만원 결제 한도도 소용없어 지는 겁니다.
조블페이는 컬쳐랜드, 해피머니, 도서문화상품권, 틴캐시 등 각종 온오프라인 상품권 등을 매입해 모바일 게임 쿠폰을 팔거나 각종 아이템을 아프리카TV·팝콘TV 등에서 고객 대신 충전해 주는 통신판매업체입니다.
지난 국감에 참석한 조블페이 대표는 “해당 금액(1억2000만원)은 3일에 걸쳐 나눠 진행됐고 고객(BJ 핵찌에 대한 핵찌예비회장님으로 불린 사람)이 요청한 것을 판매한 것일 뿐”이라며 “구매자가 관련 방송에서 하루에 다 후원하다 보니 결제도 한번에 이뤄진 것처럼 보인 것 같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이 같은 대리 결제를 규율할 마땅한 법은 없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조블페이를 방문해 정상거래확인절차(정보통신망법 위반행위 여부·판매프로세스 확인) 및 실태 파악을 진행했지만 아직 뾰족한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죠.
아프리카TV 관계자는 “대리결제는 위법의 소지가 있으나 실효적인 조치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조블페이를 비롯한 대리결제 업체에게 2018년부터 별풍선 관련 대리결제 광고를 중단해달라는 내용증명을 보내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고 답답해했습니다.
개인 방송 전성시대, 창작자들도 돈을 벌고 콘텐츠 생태계도 커지려면 별풍선이나 대리결제를 악용하는 일이 사라져야겠죠. 이용자와 BJ, 플랫폼과 결제 업계의 자정 노력이 더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