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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S가 적용된 개량신약은 원 신약의 가치를 크게 뛰어넘기도 한다. 가령 세포독성항암제 ‘파클리탁셀’을 계면활성제 가용화 기술로 녹여 만든 글로벌 제약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택솔’은 한 바이얼(병)에 29만원이다. 반면 같은 성분에 매우 작은 크기로 약을 쪼개는 나노입자 기술을 적용한 아브라식스의 ‘아브락산’은 140만원에 이른다. 부가가치가 4배 이상 뛴 셈이다. 아브락산이 파클리탁셀의 물에 잘 녹지 않는 난용성과 흡수 저하율을 택솔에 비해 크게 개선해 암세포 공격능력을 높였기 때문이다. 이 덕분에 2017년 택솔이 800억원 가량 팔린데 반해 아브락산은 1조3000억원치가 나갔다.
국내 바이오벤처도 DDS를 무기로 내세우는 곳이 적지 않다. 바이오 기업 알테오젠은 기존 정맥주사용 항체나 단백질 의약품을 사용이 편리한 피하주사용으로 바꿔주는 신물질 ‘인간 히알루로니다아제’(ALT-B4)을 갖고 있다. 히알루로니다아제는 의약품이 사람의 피하조직(피부 표피와 진피 아래의 피하지방이 있는 부분)을 녹여 침투할 수 있게 돕는 분해효소다. 알테오젠의 ALT-B4는 미국 할로자임의 히알루로니다아제를 개량해 열 안정성을 높이고 효능을 높인 신물질이다. 엘테오젠은 올해 안에 세계 10대 제약사 한 곳에 ALT-B4를 기술수출할 예정이다. 특정약을 피하주사형으로 바꿔주는 DDS 기술은 로슈, BMS 등 글로벌 빅파마가 관심을 많이 보이는 기술이다. 자사 블록버스터 신약의 복용 편의성을 높여 신규 시장을 창출할 수 있어서다. 실제 로슈가 판매하는 블록버스터 유방암·위암 치료제 ‘허셉틴’의 경우 허셉틴 피하주사 제형이 2013년 유럽에서 출시되자 2016년 허셉틴 시장의 47%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