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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무려 8m에 달하는 높이, 총지름 5.66m의 벵골보리수 기둥 위. 그 틈에 일본군 병사 두 명이 위태롭게 끼어 있다. 신념과 권위를 중시하는 분대장과 자원입대한 어리바리 신병이다. ‘2년 전 전쟁이 끝났다’는 쪽지를 발견한 두 사람은 나무 아래로 내려갈지 말지를 두고 논쟁하던 중 ‘또 다른 전쟁’인 현실과 마주한다.
내달 28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하는 연극 ‘나무 위의 군대’는 ‘일본의 셰익스피어’라 불리는 이노우에 히사시(1934~2010)의 원안을 극작가 호라이 류타가 완성해 2013년 초연한 작품이다. 2차대전 당시 일본 오키나와에서 미군 공격을 피해 나무 위에 올라갔다가 전쟁이 끝난 사실을 모른 채 2년을 숨어 지낸 두 군인의 실화를 담담하게 그려낸다.
배우들의 동선은 대부분 나무 위에서 이뤄진다. 이를 염두에 두고 연습은 합판으로 만든 가세트에서 했다. 강 대표는 “평면 무대에 익숙한 탓에 수직에 가까운 나무 위에서 움직임을 만들기가 쉽지 않았다. 나무 위에서 취할 수 있는 안정적인 자세와 안전사고를 대비해 신발만 6차례 교체했다”고 덧붙였다.
국가·인간·개인·전쟁이란 묵직한 화두는 버겁지만 공감가는 캐릭터 설정과 시대와 맞닿은 고민이 관객과의 거리를 좁힌다. 전쟁 중에 도피처로 삼아 올랐던 ‘나무 위’지만 지금의 우리 사회도 전쟁 중의 또 다른 ‘나무 위’일 수 있다는 생각이 경종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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