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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사춘기에 꿈꾸던/사랑의 꿈은 깨지고/여기 나의 25세 젊음을/파멸해가는 수술대 위에서/내 청춘을 통곡하고 누워 있노라.” 이동이란 청년은 단종수술을 받으며 이같이 절망감을 토해냈다.
섬의 모양이 어린 사슴을 닮아 이름 지어진 곳. 그러나 이름과 달리 고립무원의 그곳. 일제시대에 천형 같은 나병까지 짊어진 이들이 살고 있었다. 병을 앓는 환자들의 고통에, 가족 곁에 있겠다고 남은 그들의 가족까지 감내해야 할 고통은 아름다운 섬을 지옥으로 만들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살 수 있었고, 때론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때가 있었다. 고흥반도 끝자락의 작은 섬, 소록도의 삶이 그랬다.
세상으로부터 외면받던 소록도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1894년이다. 정확히는 그해 5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소록도를 방문하면서다. 당시 대한민국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 교황은 소록도 방문을 강행했다. 교황은 한센병 환자들의 머리에 일일이 손을 얹고 아픔을 위로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소록도가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국내 여행지가 됐다. 4.4㎦(약 133만평)의 작은 섬에는 울창한 송림과 깨끗한 백사장이 아름다운 소록도 해수욕장과 일제 강점기 강제 수용되었던 한센병 환자들이 손수 가꾼 것으로 알려진 중앙공원 등 아이러니하게도 볼거리가 많다. 한센병 환우들의 애환이 깃든 섬이 이제는 사랑과 희망을 가꾸는 섬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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