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45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키로 했다. 주가 안정화를 통한 주주가치 제고 차원이다” (2014년 11월11일)
불과 일주일새 180도 달라진 현대차(005380)의 입장이었다.
현대차 주가는 지난해 11월5일, 4년여만에 처음으로 장중 14만9000원까지 떨어졌다. 현대차의 당초 입장은 단호했지만 결국 주주들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못했다. 변하지 않으면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만해도 45%대였던 외국인의 현대차 보유 지분율은 주가 하락에 따라 44%로 감소하는 등 투자자들의 이탈 움직임은 뚜렷하게 나타났다. 결국 현대차는 기존 입장을 번복, 자사주 매입 방침을 밝혔다.
이처럼 국내 기업들이 주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대장주 삼성전자(005930)와 현대차(005380)는 물론이고 기업들은 앞다퉈 자사주 매입과 배당확대를 중심으로 하는 주주 친화정책에 나서고 있다. ☞관련기사 바로 가기-“[목소리 내는 자본①]경영 감시 눈초리가 매서워진다” “[목소리 내는 자본②]‘거수기는 그만’ 국민연금 변신은 무죄”
그동안 우리나라 기업들은 배당 등 주주친화정책에 인색했던 것이 사실이다.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기준 현재 우리나라의 배당수익률은 1.3%대로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올해 들어서는 현대백화점(069960)이 지난 13일 290억원 규모 자사주 취득을 결정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계속되는 백화점 실적 부진에 현대백화점 주가는 지난 6일 11만6000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9월26일만 해도 16만8000원으로 52주 신고가를 기록했지만 불과 4개월여만에 수직낙하 한 것이다. 자사주 매입 방침을 밝힌 이후 현대백화점 주가는 보름만에 12만2000원까지 상승했다.
배당금 확대 역시 줄을 잇고 있다. 배당은 정부의 적극적인 유도 정책 뿐 아니라 지난 3년간 박스권에 머물러 있는 코스피 지수까지 더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올 한해 국내 증시의 화두로 자리하는 모습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한달동안에만 현금배당을 결정한 상장기업 수는 총 60개사, 배당금은 206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배당기업수는 300%, 배당금은 752% 대폭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처음으로 현금 배당 결정을 내린 기업도 윌비스(008600), 그랜드백화점(019010), 감마누(192410), 대창스틸(140520), 제이티(089790), 한국선재(025550). 프럼파스트(035200), 와이솔(122990), 에프에스티(036810), AST젯텍(090470), 테고사이언스(191420), 우진비앤지(018620) 등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기업 변화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실제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책이 주가 상승에 도움이 된다는 분석도 나오면서 기업의 변화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이후 상장사들의 자사주 매입 완료일 주가는 평균 4.7% 상승했다.
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주환원정책 요구는 단기에 그칠 이슈가 아니며, 지속해서 확대될 전망”이라면서 “배당 이외에도 주식 시장에서 크게 화두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자사주 매입 역시 올해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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