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②불꺼진 홈플러스, 주민·상인 등 모두가 피해자

홈플러스 합정점 4개월째 문 못열어..입점 촉구시위도
  • 등록 2012-12-26 오전 8:16:56

    수정 2012-12-27 오전 9:02:00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아침부터 굵은 눈발이 날리던 지난 21일 서울 마포구 합정역 부근 대형 주상복합 건물인 ‘메세나폴리스’에는 적막이 흘렀다. 이곳 지하 2층에는 넉 달 가까이 개점이 미뤄지고 있는 홈플러스가 자리잡고 있다. 홈플러스로 연결되는 3개의 출입구에는 철문이 굳게 내려져 있었고 인근 음식점에서는 손님 대신 직원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철문이 내려진 홈플러스 합정점 입구(위)와 홈플러스 개점을 촉구하는 내용의 포스터를 붙인 인근 임점업체(아래)
◇ “홈플러스만 보고 들어왔는데…”

홈플러스 합정점은 당초 지난 8월 말에 문을 열 예정이었다. 하지만 주변 전통시장 상인들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개점이 무기한 보류된 상태다.

홈플러스 매장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 바로 옆에 자리한 ‘안동찜닭’의 한 직원은 “홈플러스는 도대체 언제 입점을 하는거냐”며 “여기는 다른 가게들보다 외져서 홈플러스 하나 보고 들어왔는데 장사가 너무 안돼 큰 일”이라고 푸념했다.

현재 메세나폴리스에는 총 61개 업체가 입점해 있다. 유명 패밀리 레스토랑과 커피전문점, SPA브랜드 등 익숙한 간판이 즐비해 있었지만 환하게 불이 켜진 널찍한 매장엔 손님들을 찾기 힘들었다. 이 중 20여개 업체는 홈플러스가 오픈하지 않아 입점을 거부하다가 최근 문을 연 곳도 있다. 이들은 이달 초 홈플러스 입점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메세나폴리스 상인들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 역시 홈플러스의 개점을 기다리는 분위기다. 인근 정육점에서 만난 50대의 한 주부는 “주변 상권을 지킨다며 여기(홈플러스)를 문닫게 하고 걸어서 왕복 6km가 넘는 전통시장에서 장을 보라고 강요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 지역상인들 “무조건 반대 아니다

홈플러스 합정점 개점을 반대하고 나선 망원시장과 월드컵시장 합동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도 지역 주민과 메세나폴리스 상인들의 불만을 알고 있었다.

비대위 관계자는 “홈플러스 개점을 바라는 주민 여론과 입점 업체 및 고용 근로자들의 피해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며 “우리 역시 무조건 안 된다는 것이 아니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진지하게 협의해 보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점 자체를 반대한다기보다 전통시장과 홈플러스가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자는 게 이들의 주장이었다.

김진철 비대위 이사는 “기존 (전통시장) 상권을 보호하기 위해선 홈플러스가 수·축산물 같은 1차 식품의 비중을 줄이는 등 현실적인 대책을 내야한다”며 “전통시장과 대형마트가 공존하기 위해선 서로가 양보하고 희생하는 부분이 있어야한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합정점 개점을 반대하는 플래카드
인근의 상인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메세나폴리스의 대각선 방향 3분 거리에 있는 합정마트 이성룡 점장도 “홈플러스 개점이 입점 상인들 매출에 타격을 줄 것은 확실하지만 당장 반대를 하고 나설 생각은 없다”면서 “홈플러스나 정부 측에서 영업시간 제한, 자율 휴일 지정, 판매 품목 제한 등 기존 상권 보호를 위한 상생 방안을 마련해 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 뿔난 시민들 “주민편의 왜 무시하나”

홈플러스 합정점 문제가 꼬인건 이곳이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간 상권 다툼의 상징처럼 돼버린 탓도 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이해관계가 실타래처럼 얽혀있는데다 추가 출점을 미루고 있는 다른 대형마트들의 시선까지 쏠리면서 합의점 도출에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합정점 개점을 반대하는 정치권과 시민단체를 바라보는 지역 주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합정동에 사는 황무임씨(70대, 주부)는 “홈플러스가 들어오면 지역 주민들의 생활도 편해지고 일자리 창출 효과도 있다”며 “정치인들이나 시에서는 왜 이런 점을 무시하고 특정 단체의 말만 들으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표정부자 다승왕
  • "펑" 폭발음..포항제철 불
  • 노병, 돌아오다
  • '완벽 몸매'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