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보다 무서운 '불황'‥에어컨 대신 선풍기 급부상

이마트 등 상반기 에어컨 판매 전년대비 반토막
삼성·LG 에어컨 판매도 3분의2 수준으로 감소
값싼 선풍기 판매 20% 이상 급증
소비심리 얼어붙고 전기요금 인상도 불안
  • 등록 2012-06-28 오전 7:10:27

    수정 2012-06-28 오전 10:24:44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경기불황의 여파가 무더위마저 삼켜 버렸다. 폭염이 예년보다 일찍 찾아왔지만 상반기 에어컨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반토막이 났다. 업계 1·2위인 LG전자와 삼성전자의 에어컨 판매량도 3분의2 수준으로 줄었다. 에어컨 판매가 부진한 대신 상대적으로 값싼 선풍기가 급부상하고 있다. 선풍기 판매는 20% 가량 증가했다.

27일 관련업계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이마트의 에어컨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1%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마트 역시 최근 두 달간 에어컨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42% 감소했다고 밝혔다. 하이마트는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상당히 줄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005930)LG전자(066570)의 에어컨 판매량도 부진한 것은 마찬가지다. 에어컨 업계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최소 3분의1 이상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면서 “상반기보다 오히려 7, 8월을 비롯한 하반기를 더 걱정해야 할 처지”라고 말했다.

예년 이맘 때 같으면 품귀현상을 우려하면서 에어컨 생산라인이 100% 풀가동에 들어가지만 올해는 그렇지 않다. 성수기임에도 생산량 조절에 나서고 있다. 올 들어 유독 비도 내리지 않는 불볕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터라 더욱 이례적이다.

에어컨보다 저렴한 선풍기가 수요를 고스란히 빨아들이고 있다. 이마트는 상반기 선풍기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20%정도 늘었다고 밝혔다. 롯데마트 역시 최근 두달간 선풍기 판매가 전년동기대비 15.3% 정도 증가했다.

가전유통점의 한 판매원은 “삼성, LG뿐 아니라 유통점에서도 파격적인 가격할인에 나서고 있지만, 에어컨 판매가 신통치 않다”면서 “대신 선풍기를 구매를 문의하는 고객이 많다”고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이례적인 에어컨 판매 부진은 경기침체의 여파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유럽 등 전 세계 경기침체가 심각한 국내 소비심리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이마트 등 현장에서는 최근 실물경기가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때만큼 침체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41.3%는 경영의 부담요인으로 ‘가계부채 부담 등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을 꼽기도 했다.

전기요금 인상 분위기도 에어컨 판매에 악재다. 에어컨은 전기 소비가 많은 대표적인 가전제품으로 꼽힌다. 정부는 다음달 전력소비 성수기를 앞두고 전기요금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국전력은 13.1% 의 요금인상안을 정부에 제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심리가 위축된 데다 절전을 강조하는 분위기라 소비자들도 에어컨 구매를 꺼리는 추세”라며 “에어컨에 비해 전기 소모량이 절반 이상 적은 선풍기가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자사의 ‘스마트에어컨Q’를 구입할 때 구형 에어컨 사진을 찍어오면 최대 40만원을 추가로 할인해주는 판촉전을 이달 말까지 연다. 제조사는 물론 자신의 소유 여부와 상관없이 에어컨 사진만 있으면 할인해주는 파격적인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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