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전쟁' 최전선 마곡…코오롱, 입맛 물론 눈·코까지 '힐링'[회사의맛]

마곡, 200여 기업 R&D 센터 몰려 '치열한 삶의 현장'
코오롱 융복합 R&D거점 구내식당 특히 공들인 배경
고층부 배치 '뷰 맛집'…음압기술 적용 음식 냄새 無
카페·벤딩머신 상시 운영…지친 연구원에 특별한 휴식
  • 등록 2024-05-18 오전 6:45:00

    수정 2024-05-18 오전 6:45:00

고물가시대, 회사 구내식당은 직장인들에게는 또 하나의 ‘복지’입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식사를 할 수 있어서입니다. “오늘 점심은 뭐 먹지?”라는 고민 없이 식당을 오가는 시간, 조리를 기다리는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것도 강점입니다. 특색 있는 구내식당을 탐방해봅니다.

서울 마곡산업단지 코오롱 원앤온리 타워 구내식당에서 점심 식사 메뉴로 제공된 A코스 ‘일식카레라이스×바베큐치즈소세지’(왼쪽)와 B코스 ‘보리밥×황태채해장국×훈제오리불고기’.(사진=코오롱)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출근과 동시에 전날 미뤄둔 업무와 보고, 줄줄이 잡혀 있는 회의까지 마치고 나면 점심 식사하러 나서는 길조차 버거운 게 우리나라 직장인이다.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과 첨예한 첨단 기술 경쟁을 펼치는 연구개발(R&D) 직원들의 치열한 삶의 현장은 오죽하겠는가.

‘한국판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서울 강서구 마곡산업단지. 코오롱그룹이 지난 2018년 이곳에 융복합 R&D 거점 ‘코오롱 원앤온리 타워’를 세우며 무엇보다 구내식당에 유독 공을 들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잘 차려진 식단에 입만 즐거워도 충분할 텐데 원앤온리 타워 구내식당은 직원들의 눈과 코마저 신경 쓴 식당 이상의 ‘힐링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 13일 직접 찾은 원앤온리 타워는 독특한 내·외관에 먼저 눈길이 갔다. 마치 직조 무늬 니트를 입은 것 같은 전면부 구조물, 건물 2층부터 6층까지 뻥 뚫린 중정으로 깔린 ‘그랜드스테어’ 등 이색적 시도로 지난 2020년 세계적 권위의 ‘국제건축대상’ 기업 업무빌딩 부문 건축상을 수상했다. 각 구조물엔 이른바 ‘슈퍼섬유’라 불리는 아라미드 등 코오롱의 대표적 R&D 성과인 첨단 소재가 담겨 있다고 했다.

서울 마곡산업단지 코오롱 원앤온리 타워 구내식당 창 밖으로 서울식물원 신록이 펼쳐져 있다.(사진=남궁민관 기자)
코오롱인더스트리·글로텍·생명과학 등 상주 직원들의 자랑거리는 따로 있는데 그게 바로 구내식당이다. 통상 대부분 기업 구내식당이 저층부에 자리한 것과 달리 원앤온리 타워는 고층부인 7~8층에 자리한 것부터 달랐다. 임직원들이 사옥 내 전망이 제일 좋은 곳에서 식사를 할 수 있게 배려한 공간배치다. 실제로 구내식당에 들어서자 창 밖으로 신록의 서울식물원이 드넓게 펼쳐져 있으니 그야말로 ‘뷰 맛집’이라 할 만했다.

점심식사 시간 구내식당 안팎으로 한창 피어오를 법한 음식 냄새가 밖에선 거의 나지 않았다. 원앤온리 타워는 직원들이 보다 쾌적하게 구내식당을 이용할 수 있도록 7~8층 모두 음압기술을 적용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주요 병원에 적용돼 국민들에게도 익숙한 이 기술은 공기압을 조절해 내부 공기가 외부로 흘러나가지 못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올려다보니 천장 전체가 타공판으로 채워져 있었다.

이날 점심식사로는 A코스의 ‘일식카레라이스·바베큐치즈소세지·왕새우튀김’과 B코스 ‘보리밥·황태채해장국·훈제오리불고기’ 등 2개 메뉴가 제공됐다. 아침과 저녁에도 각각 1개 메뉴를 제공한다.

식단 개발 및 구성은 호텔·레저 사업으로 잔뼈 굵은 코오롱LSI 소속 황성근 총괄 셰프가 직접 담당한다. 황 셰프는 바나나 크램블레, 트러플치즈김지천 등 셰프 특선 메뉴를 선보이는 한편 평소 직원들이 먹고 싶은 메뉴를 취합해 선보이기도 한다. 다음 달 중 ‘랍스터’를 선보일 예정이란다.

서울 마곡산업단지 코오롱 원앤온리 타워 구내식당에서 제공하는 주요 샐러드 메뉴들.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닭가슴살·리코타·분짜·훈제오리·카프리제·훈제오리샐러드.(사진=코오롱)
건강을 챙기는 젊은 직장인들의 샐러드 사랑은 이곳 원앤온리 타워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황셰프가 개발한 수제샐러드 조리법만 무려 130여개에 달한다. 원앤온리 타워 상주 직원의 수는 1000여명인데 점심식사 시간 많게는 130여개, 오후에도 50여개의 수제샐러드가 팔린다니 매일 5명 중 1명이 그의 샐러드를 맛보는 셈이다.

원앤온리 타워 구내식당의 또 다른 장점은 8층 한켠에 마련된 카페테리아다. 이날도 점심식사 시간이 끝난 오후 2시께 나른함을 깨우려는 이들, 동료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려는 이들이 속속 자리를 잡고 앉았다. 카페테리아에선 커피 등 음료는 물론 떡볶이와 라면, 피자, 어묵, 햄버거 등 다양한 간식을 2000원 안팎의 저렴한 가격에 선보이고 있었다.

카페테리아 뒷편에는 스낵, 음료, 컵라면을 판매하는 벤딩머신까지 마련돼 있어 구내식당 및 카페테리아가 운영되지 않는 시간에도 이 공간에서 휴식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평범한 듯하면서도 세심하게 챙길 건 모조리 챙긴 원앤온리 타워 구내식당이니 치열한 R&D 전선에서 지친 직원들에겐 특별한 힐링의 공간인 셈이다. 아쉽지만 업무상 미팅 등으로 회사를 방문한 고객을 제외하고는 일반 외부인에게는 공개되지 않는다.

서울 마곡산업단지 코오롱 원앤온리 타워 구내식당 한 켠에 마련된 카페테리아. 커피를 비롯한 음료는 물론 떡볶이와 피자, 핫도그, 라면 등 다양한 간식을 상시 즐길 수 있도록 했다.(사진=남궁민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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