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명품의 바다"…롯데면세점 인천 물류센터 가보니

1일 명품 배송·출고 작년의 10배…엔데믹 봄 맞은 면세점 물류센터
코로나 기간 1조원 넘는 재고액…현재는 5천억원 수준
화장품·주류·담배·김·명품 등 인기 면세품 모두 한 곳에
'특허보세구역' 삼엄한 출입…"철저한 관리가 생명"
  • 등록 2023-04-03 오전 6:15:00

    수정 2023-04-03 오후 5:22:52

[인천=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코로나19 기간 때 1조원 어치가 넘게 쌓여 있던 재고액이 절반 정도로 줄었어요. 이제 면세점 업계가 코로나 이전으로 회복하는 일만 남았습니다.”(롯데면세점 관계자)

서울에서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를 타고 달리다 공항신도시JC로 나오면 ‘자유무역지역 공항물류단지’가 드넓게 형성돼 있다. 이곳은 일반 여행객은 들를 일이 없는 곳이지만 우리나라 항공 물류의 중추 역할을 하는 핵심 시설이다.

롯데면세점 인천공항 제2통합물류센터 전경(사진=정병묵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고사 상태에 이르렀던 면세산업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출·입국객이 늘어나면서 공항물류단지의 중추인 면세점 물류센터도 3년 만에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지난달 31일 방문한 롯데면세점 제1·2통합물류센터는 쏟아지는 주문 물량을 처리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롯데면세점은 코로나19 전까지 세계 1위 면세 사업자(매출 기준)로 현재는 탄탄한 내수를 바탕으로 한 중국국영면세품그룹(CDFG)에 이어 2위를 유지 중이다.

강성철 롯데면세점 물류지원 담당 매니저는 “이 넓은 곳이 코로나기간 동안 재고만 쌓인 채 사실상 가동하지를 못했다. 코로나 전에 투자한 2층 포장 컨베이어 벨트도 이제야 제대로 돌리기 시작했다”며 “작년 하루 제품 인도 건수가 700여건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10배인 7000여건까지 올라왔다”고 말했다.

롯데면세점 인천 제2통합물류센터 내 주류, 의류, 명품 등 각종 면세품들이 쌓여 있다.(사진=정병묵 기자)
“관광객 증가…재고 1700만개에서 절반 줄어”

물류센터에 입구 철문에 ‘특허보세구역’이라는 큰 간판이 눈에 띄었다. 면세품 무단 반출 시 최대 징역 5년 등 ‘경고 문구’도 있었다. 면세점 물류는 일반 물류와는 달리 관세와 내국세가 면제된 상품을 취급하다보니 세밀하고 철저한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 물류센터에 드나들 때마다 일일이 ‘신체검사’를 받아야 한다. 근무자들은 인화성 물질이나 혹시나 있을지 모를 제품 반출을 방지하기 위해 귀걸이, 반지 등 장신구를 착용할 수 없다.

기자도 지갑, 전자담배, 보조 배터리 등 소지품을 맡기고 특허보세구역에 입장했다. 입장할 때뿐만 아니라 퇴장할 때도 혹여 ‘반출물’이 있을 지 몰라 출국 수속할 때처럼 보안검색기로 점검을 받았다.

인천 롯데면세점 제1통합물류센터 내 컨베이어 벨트에 면세품들이 인도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사진=정병묵 기자)
롯데면세점 제1·2통합물류센터는 연면적 기준 약 5만3737㎡(1만6284평)로 국내 면세업계 최대 규모의 시설을 갖춘 만큼 위용을 자랑했다. 반입장에서 제품이 통관된 이후 보관과 한 고객이 주문한 여러 제품을 한 곳에 포장하는 ‘원패킹’과 보세운송 등이 한 번에 진행되고 있었다.

이곳에 보관된 제품은 인천공항점뿐만 아니라 시내점, 부산·제주·김포공항점 등 전국 각지로 다 배송되기 때문에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한 한 치의 오차도 없는 물류 처리 기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롯데면세점은 2006년부터 면세점 물류센터에 약 600억원을 투자했다.

‘설화수’, ‘후’ 등 국내 대표 화장품 브랜드뿐만 아니라 각종 해외 브랜드 화장품을 중심으로 구성된 제1센터에서 인도를 기다리고 있는 상품들을 보니 중국인으로 추측되는 이름이 눈대중으로도 상당히 많았다.

강 매니저는 “제품 피스(한 개)당 재고가 작년까지 1700만여개였는데 현재는 절반 수준인 840만개 수준으로 줄었다”며 “물류센터는 제품이 많이 쌓여 있을 수록 좋지 않은데 그만큼 내·외국인 고객이 늘어 재고가 많이 줄고 있는 점이 고무적”이라며 현재 분위기를 전했다.

롯데면세점 인천공항 제2통합물류센터 내 ‘살파토레 페라가모’ 제품이 보관된 모습(사진=정병묵 기자)
곳곳에 온갖 ‘명품’ 보관…“철저한 관리가 생명”

제2센터에는 고가의 주류부터 동남아에서 인기가 좋은 ‘동원 양반김’, 담배까지 다양한 품목을 보관했다. 2센터 2층으로 가니 오렌지색 박스 수백개가 가지런히 정돈돼 있었다. 명품 중의 명품으로 불리는 ‘에르메스’ 제품들이다. 2센터는 에르메스 외에도 샤넬, 프라다, 페라가모, 몽클레르 등 유수의 명품을 보관하고 있다. 2센터 현장 담당자는 “매우 값비싼 유수의 명품을 이만큼 쌓아 놓고 보관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며 “명품 가격만 해도 아마 수백억원대에 달할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철저한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인천 롯데면세점 제2통합물류센터에 보관된 프라다, 몽클레어 등 명품 의류들(사진=정병묵 기자)
올해 들어 공항 여객 수요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2월 인천공항 이용자 수는 373만명으로 하루 평균 12만명 정도다. 지난 2019년 10월(588만2000명·일평균 19만명) 대비 63% 수준까지 회복했다. 정부가 지난달 29일 관광경기 활성화를 위해 무비자 입국과 전자여행허가(K-ETA) 면제 대상을 확대하면서 입국 관광객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코로나19라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면서 업계 전체가 인력을 감축했다”며 “면세 경기가 빨리 살아나 많은 고용을 창출하는 과거의 영광을 되살렸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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