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하고 우울한 20대, 알코올에 의지하려 하면 안돼

  • 등록 2021-08-27 오전 6:26:19

    수정 2021-08-27 오전 6:26:19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코로나19 등으로 인한 여러 사회적 요소로 인해 기분장애와 알코올 사용 장애를 앓고 있는 20대 환자가 최근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우울, 불안, 강박 장애와 같은 정신 건강 문제와 알코올 사용 장애를 포함한 물질 사용 장애를 동시에 가진 경우 ‘이중 진단’으로 분류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부정적인 감정을 술로 해결하는 것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료통계정보에 따르면 전체 우울증 환자 중에서 2030 세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27.4%로 전년에 비해 3.3% 상승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코로나19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를 봐도 20대의 우울 평균 점수가 5.8점으로 전체 평균인 5.0보다 훨씬 높았고, 우울 위험군 비율도 전체 평균이 18.1%인데 반해 20대의 결과는 24.3%의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또한 20대 알코올 사용 장애 환자 수 역시 늘어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국민관심질병통계에 따르면 2019년 10~20대 알코올 사용 장애 환자 수는 8,735명으로 전년에 비해 32.91% 증가했다. 지난 통계를 비교하면 2년마다 약 1,000명씩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2021년에는 9,000명대를 훌쩍 넘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알코올전문 다사랑중앙병원 정신의학과 최강 원장은 “20대에서 알코올 사용 장애나 기분장애 환자가 급증하는 이유는 코로나19로 인한 취업난, 비대면 수업이나 재택근무 등으로 인한 삶과 사회생활의 불균형 등 사회적, 경제적 요인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아직 사회적 입지를 온전히 갖추지 못한 20대가 제일 직접적으로 받고 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며 “우울증과 알코올 사용 장애환자 수가 동일한 연령대에서 모두 급증하고 있다면 두 질환의 상호 작용에 대해서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알코올은 쾌락 감각이나 수면기능 등에 영향을 주는 도파민과 스트레스 반응을 완화하고 제어하는 GABA라는 신경전달물질들의 수치를 증가시켜서 술을 먹고 ‘기분이 좋아진다’고 느끼곤 한다. 그러나 알코올이 주는 효과들은 일시적일 뿐이고, 결과적으로는 도파민과 GABA의 규칙적이고 안정적인 수치 변화를 방해하기 때문에 알코올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우울이나 불안으로 인해 겪는 감정 등을 악화시킨다.

최강 원장은 “대다수의 기분장애 환자들이 우울이나 불안으로부터 오는 슬픔, 무기력함, 외로움, 자살 충동, 수면 장애 등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술을 마시곤 하는데 그럴 경우 오히려 술로 인해 겪게 되는 사람 간의 갈등이나 경제적인 문제들로 인해 우울증을 앓게 되기도 한다”며 “긴장이나 불안함을 감소시키고자 술을 마신 후에는 술에 영향을 받은 결정들이 다시 높은 불안의 상황에 부닥치게 하면서 불안감을 증폭 시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기도로 응급실을 내원한 1만 7천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49.2%가 자살 시도 당시 음주 상태였던 것으로 나타났고, 충동적으로 시도한 경우가 90.2%에 달했다.

최 원장은 “불안한 현실이나 우울함으로부터 술을 통해 도망치려 하는 건 아닌지 스스로의 음주 습관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술이 탈출구나 안식처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인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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