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스마트 제조혁신, 中企 유인책 늘려야

장지상 산업연구원 원장
  • 등록 2020-05-18 오전 5:00:00

    수정 2020-05-18 오전 5:00:00

최근 4차 산업혁명으로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제조업의 패러다임도 수요맞춤형 생산으로 바뀌고 있다. 이른바 스마트 제조혁신이다. 제품의 기획부터 판매까지 전 과정을 첨단 지능형 정보통신기술(ICT)로 통합해 최소 비용과 시간으로 고객 맞춤형 제품을 생산·판매한다. 이를
통해 생산성 향상과 유연성 제고, 제조 리드타임 단축 같은 성과를 얻는 것은 물론 기업의 혁신역량과 경쟁력도 제고할 수 있다. 스마트 제조혁신은 고부가가치 기반의 산업혁신을 위한 가교로서도 관심을 끈다. 미국, 독일 등 제조 선진국은 이미 스마트 제조 생산체계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중소·중견기업의 스마트 제조혁신을 추동하기 위해 2022년까지 스마트공장 3만개 보급을 목표로 지난해까지 총 1만 2660개 기업을 지원했다. 산업연구원이 정부 스마트 공장 지원 사업에 참여한 중소·중견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비교 분석한 결과 사업 참여 기업의 스마트 제조 시스템은 가동률과 1일 생산량, 1인당 생산량이 비약적으로 개선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뿐 아니다. 공정개선을 통해 불량률 감소, 제조원가 하락, 제조 리드타임·납기 단축 등은 물론 공정혁신까지 촉진하는 성과를 거뒀다. 스마트 제조혁신은 수기·엑셀 중심 공정의 생산 비효율성을 개선하고 매출 및 고용의 증대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 스마트 제조 관련 정부 시책이 시장실패의 보완책이자 마중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고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참여 중소·중견기업 대부분이 가치사슬 단계의 일부, 특히 생산 공정에만 스마트 제조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 실적 정보를 자동 집계하는 ‘기초’ 수준에 머물러 있다. 스마트 제조 시스템 구축 성과가 제품혁신이나 새로운 수요처 발굴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영업이익 증대 효과도 제한적이다.

수요 독점적 대·중소기업 생태계 때문에 국내 중소·중견기업의 자발적 유인이 낮은 데서 기인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소수 대기업에 납품하는 국내 하도급 기업 간 거래(B2B) 기업은 저임금·장시간 근로에 기초한 비용절감형 전략에 의존하고 있다. 제조원가 및 불량률 감소, 제조 리드타임 단축 등 납품단가 인하와 적기납품에 유리한 공정개선 중심의 스마트 제조 성과에 주목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치열한 납품 경쟁과정에서 이러한 공정개선 성과가 이미 충분히 달성되었거나 혁신성과가 납품단가 인하 형태로 수요 대기업에 용이하게 흡수된다면 중소·중견기업의 자발적 투자유인은 제약될 수밖에 없다.

수요 독점적 대·중소기업 생태계 밖에서 독자적으로 시장수요를 발굴해야 하는 국내 비하도급 B2B 기업과 해외시장 B2B 기업 역시 스마트 제조 시스템이 수요처의 잠재적 선호를 분석·예측하는 데 이르지 못한다면 이를 통한 제품혁신에 주력하기가 쉽지 않다. 오히려 국내 대기업의 막강한 시장지배력과 해외시장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생산량 증대와 품질 향상, 불량률 감소 등 공정개선을 통한 저비용·고품질화에 주력할 가능성이 크다.

스마트 제조혁신을 통해 중소·중견기업의 혁신역량과 경쟁력까지 제고하려면 정부가 무엇보다 기업의 자발적 투자를 유인할 정책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연계해야 한다. 정부 사업을 ‘보급·확산’과 ‘고도화’로 이원화해 수요 관련 불확실성 완화에 집중 지원하는 것도 한 가지 방안이다. 또 정책설계 단계부터 민간부문과 지속적인 협의과정을 통해 기술·혁신정책을 설계하고 구체적인 로드맵을 수립해 이에 걸맞은 민간부문의 스마트 제조혁신을 자극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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