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집에는 ‘1부 가을겨울’ ‘2부 겨울봄’ ‘3부 봄여름’ ‘4부 여름겨울’로 나눠 80여편의 짧은 시를 실었다. 일상에서 스치는 각성을 비롯해 풀리지 않은 그리움, 일상에서 오는 답답함, 순수한 삶에서 느낀 단상 등을 자유롭게 그렸다. ‘새떼, 꽃바람, 그 들녘, 옛 얘기 끊어진’(‘고향’), ‘육신을 끌던 나를 거두지 못한 영혼하나/ 반의반도 태우지 못한 지문 같은 사랑하나’(‘청춘’) 등 단시들이 가득하다.
박 시인은 “최근의 시들은 복잡하고 어려워서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렵더라”며 “쉽게 읽어보고 의미를 곱씹어 볼 수 있는 2행 혹은 4행짜리 단시들을 써봤다”고 설명했다.
“30년 전만해도 쿠키와 아메리카노가 없었다. 예전의 하루 한끼는 밥 한그릇과 국이었다. ‘하루는 쿠키와 아메리카노다’는 세태를 반영하면서도 화두를 던지는 제목이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모든 살아있는 생물은 아침에 무엇을 먹을까를 고민한다. 하루를 여는 아침에 무엇을 먹고 어떤 하루를 보낼까를 곱씹어보자는 의미로 제목을 지어봤다.”
박 시인은 TBC 영화부장과 KBS TV본부장, KBS미디어 사장, 대구방송 사장, 방송위원회 상임위원, 국악방송 사장 등 방송 전문인으로 50년을 헌신한 방송계의 베테랑이다. 처음 방송사에 입사해 PD로 지내면서 38편에 달하는 히트 만화영화의 가사를 직접 쓰기도 했다.
첫 시집 ‘도장포엔 사랑이 보인다’를 낸 이후 수많은 시로 독자들을 만나왔다. 박 시인은 “시라는 건 한 분야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을 다양하게 표현하는 것”이라며 “책상이나 차안에 시집을 두고 시간이 날 때마다 가볍게 들춰보며 생각에 잠길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