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전국 312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7년 신입사원 채용실태 조사’에서도 취업 관문을 뚫기가 어려웠음을 확인할 수 있다. 대졸 신입사원 취업 경쟁률은 평균 35.7대 1로 2015년의 32.3대 1보다 무려 10.5% 상승했다. 단군 이래 가장 취업이 어려운 시기라는 평가다.
한편 대졸 신입사원의 1년 내 퇴사율은 27.7%에 달한다(2016년 기준. 한국경영차총협회 '2016년 신입사원 채용실태 조사'). 2012년과 비교해 4.1% 포인트, 2014년보다는 2.5% 포인트 상승했다. 학교 졸업, 중퇴 후 취업 경험이 있는 청년층의 첫 직장 평균 근속연수도 1년 6.7개월에 불과하다. (2016년 5월 기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및 고령층 부가조사').
이제 20대의 취업만을 걱정할 때가 아니다. 20대의 조기 퇴사에 대해서도 유심히 들여다봐야 한다. 바늘구멍을 뚫고 겨우 취직한 회사인데도 불구하고 어째서 이렇게 금방 줄줄이 퇴사하는 것일까. 단순히 업무량이 많아, 혹은 회사일이 견디기 힘들다는 이유로 퇴사하는 '의지박약의 20대'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적성에 맞지 않는 업무와 군대식 조직 문화 때문에 힘들어요
신입사원이 일찍이 회사를 떠나는 주된 이유는 조직과 직무에 대한 낮은 만족도 때문이라고 한다. 경총 조사 결과에 따르면 퇴사자의 49.1%가 조기 퇴사의 이유로 ‘조직 및 직무적응 실패’를 꼽았다. 장수한 퇴사학교 대표는 "군대식 조직문화와 적성에 맞지 않는 업무, 그리고 한국의 주입식 교육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20대가 사회에 진출해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현상은 대학생 시기부터 그 전조를 찾아볼 수 있다.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 중 하나는 '대2병'이다. 대학에 진학했으나 앞으로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하는 지에 대한 해답을 얻지 못해 허무감과 우울감에 빠지는 상황을 일컫는 신조어다.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 원장은 "우리나라 중등 교육은 대학을 가기 위한 과정으로만 생각한다. 그런데 막상 대학에 와도 현실적으로 취업 사정이 여의치 않다"며 "그러다보니 자기만족보다는 불만과 불안이 커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즉 입시 경쟁 속에서 대학교에 진학하면 마냥 행복하고 모든 것이 해결될 줄 알았지만, 앞으로 어떠한 것도 보장되지 않은 미래가 남아있다는 생각에 막막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자아 형성에 중요한 시기인 10대에 자기를 성찰하고 미래에 대해 고민할 시간이 필요했지만, 암기와 시험만이 이뤄지는 학창 시절을 보내느라 이 시간을 갖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다 사회에 발을 내딛는 순간 전혀 다른 고민이 시작된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취업에 뛰어든 청년은 그제야 자신의 욕구와 가치관을 깨닫고 퇴사를 택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중요한 건 자아실현과 행복
결국 예전과 달리 요즘의 20대는 높은 월급과 적은 업무량을 보장하는 회사가 아니라 자신의 적성과 맞고,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직장에서 행복을 찾는 것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행복을 찾아 뒤늦게나마 퇴사를 결정하고 새로운 길을 향해 나아가는 20대의 모습은 한편으로 멋있어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조금은 더 이른 시기에 자신을 돌아보고 무슨 일을 하고 싶은 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서울시가 청년정책의 주요 기조로 설정한 '갭이어 정책'이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갭이어 정책은 청년이 무작정 대학에 진학하거나 자신의 적성과 무관하게 취업해 단기 저소득 일자리를 전전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갖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기간을 허용하는 정책이다. 청년들에게 고교 졸업 후 1년간의 진로탐색 기간을 보장한다. 이 기간 동안 여행, 봉사, 인턴, 창업 등의 경험을 할 수 있다.
사회적으로 청년들이 자아실현을 할 수 있고 불안함을 느끼지 않을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회사 차원에서 사회 초년생 직장인을 위한 배려가 필요하다"며 "복지와 급여에 관한 문제를 보완해 청년들이 불안함과 조급함을 느끼지 않고 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