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흙담길 걷고 '氣센 돌' 기운받고…산청을 품는 법

청정자연' 경남 산청 여행
- 허준 배출한 '동의보감촌'
석경·귀감석 등서 기운받고
한의학박물관서 심신 힐링
- 산청계곡 중 으뜸 '대원사계곡'
너럭바위·깊은소…한폭 수채화
- 고가·돌담길 '남사예담촌'
기와 ...
  • 등록 2016-06-24 오전 6:15:00

    수정 2016-06-24 오전 6:15:00

경남 산청 지리산 초입에 자리잡은 남사예담촌. 고가와 돌담길이 그대로 남아 있는 ‘옛담 마을’이다. 3.2㎞에 이르는 흙돌담길과 기와 얹은 한옥, 오래된 나무가 줄지어 이어져 마치 시간여행을 떠난 듯하다.


[산청=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약보다 음식이 낫고 음식보다는 걷는 게 낫다”(허준). 그래도 이왕이면 좋은 약과 음식을 먹고 또 걷기까지 한다면 금상첨화 아닐까. 이번에 소개할 여행지는 지리산 품에 안긴 경남 산청이다. 산청은 국내 1000여종의 약초가 자생하는 청정 약초재배 최적지로 손꼽힌다. 눈길 닿는 곳마다 약초재배지가 펼쳐지고 한방약초를 이용한 요리와 반찬이 상에 오르는 걸 보면 산청이 약초의 고장임을 실감케 한다. ‘동의보감’의 저자 허준과 그의 스승인 류의태를 비롯해 초삼·초객형제 등이 의술을 펼친 한의학 본고장이기도 하다.

◇한의학 성지 ‘동의보감촌’

60번 군도를 따라 5분가량 금서면 방향으로 가면 한의학의 성지 ‘동의보감촌’이 나온다. 동의보감촌으로 들고나는 문은 정문과 후문으로 나뉘어 있는데 어느 쪽으로 들어가도 모두 통하도록 돼 있다. 이곳에는 전통한방휴양관광지, 동의본가, 한방자연휴양림 등의 시설이 들어서 있다. 총 108만 8000㎡(32만 9120평)로 2013년에는 세계전통의엑스포가 열리기도 했다.

엑스포주제관은 팔작지붕의 2층 한옥이다. 곤충전시설과 외찌전시실, 한의학힐링파크 등으로 구성해 전통의학을 통해 인류의 건강과 미래를 엿볼 수 있도록 했다. 1층 곤충전시실에는 박중석 경상대 명예교수가 채집한 곤충 300여종 1000여점을 전시하고 있다. 외찌전시실에는 5300여년 전 얼음 속에서 발견한 ‘외찌’(아이스맨)를 전시하고 있다. 당시 약초와 침술을 사용한 흔적을 외찌를 통해 발견했다.

한의학 성지인 산청 ‘동의보감촌’의 동의본가에서 배꼽왕뜸으로 한방힐링체험을 하고 있는 관광객.


2층은 한의학힐링파크, 세계전통의학관, 영상관, 자생약초화단 등으로 구성했다. 여기서 바로 출렁다리를 넘어가면 한의학박물관으로 이어진다. 한방 약초의 본고장 산청의 특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이 바로 이 박물관이다. 전국 최초의 한의학이란 주제로 꾸민 전문박물관으로 우리 전통의학의 발자취를 돌아볼 수 있는 공간이다. 한의학박물관은 동의보감관, 한의학체험관으로 구성했다. 동의보감관은 ‘동의보감’의 역사와 발자취, 생활 속에서의 한의학, 미래의학으로서의 가능성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산청약초관도 있는데 한옥지붕을 얹은 유리온실로 여기선 산청에서 자생하는 다양한 약초가 자라고 있다. 지리산 천왕봉과 황매산 모형으로 전시관을 꾸미고 지리산 자생약초와 희귀 목본을 심었다. 구기자와 머루·다래 등 100년이 넘은 희귀종 나무가 함께 자라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리산 야생약초 100여종도 만나볼 수 있다.

한의학 성지인 산청 ‘동의보감촌’의 동의본가에서 한방힐링체험을 하고 있는 관광객들.


지리산 끝 왕산자락에는 기체험장이 있다. 동의보감촌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공간이다. 민족의 정기가 백두대간을 타고 내려와 남해를 바라보며 멈추었다가 휘몰아쳐 그 기운을 고스란히 풀어놓은 곳이 바로 여기라는 설명이다. 기체험은 3개의 기체험바위에서 할 수 있는데 석경·귀감석·복석정이 바로 그것이다. 하늘의 기운을 모아주는 돌거울이란 뜻의 석경에선 이마를 대고 기를 받아들여야 한다. 복을 가져다주는 바위라는 복석정은 주변을 돌면서 소원을 빌면 이룰 수 있게 해준단다. 귀감석은 거북이처럼 생겼다 해서 붙은 이름으로 석경의 두 배가 넘는 127t 규모다. ‘기 센 돌’을 찾아간 것만으로도 가족의 무병장수와 소원을 이뤄준다고 소문이 자자하다.

산청 동의보감촌 내 ‘귀감석’. 거북이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기를 받으면 무병장수·소원성취한다는 소문에 사시사철 관광객이 몰린다. 규모도 어마어마해 127t에 달한다.


◇원시모습 그대로 품은 ‘대원사계곡’

산청은 때묻지 않은 자연미가 물씬 풍기는 최고의 청정지역이다. 특히 골이 깊어 풍부한 수량의 계곡이 압권이다. 산청의 계곡을 꼽자면 열 손가락이 모자란다. 마야계곡, 지막계곡, 청개골계곡, 도창골계곡, 거림계곡, 중산리계곡 등. 그러나 산청사람들이 단연 최고로 꼽는 계곡은 지리산자락의 대원사계곡이다. 대원사계곡은 다른 관광지의 계곡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너른 암반으로 이뤄진 아기자기한 계곡이 아니라 집채 만한 바위가 구르는 힘차고 원시적인 풍모의 계곡이다.

대원사계곡의 길이는 약 12㎞. 천왕봉에서 발원해 쑥밭재, 새재, 왕등재, 밤머리재, 웅석봉 등 산자락 곳곳의 계류를 하나로 모아 경호강으로 흘러든다. 이 안에는 용이 100년간 살다가 승천했다는 용소를 비롯해 마음을 씻는 세심대와 몸을 씻는 세신대, 옥녀탕과 선녀탕 등의 명소들이 있다. 대원사계곡의 행정 명칭은 경남 산청군 삼장면 유평리. 아름다운 이 계곡이 ‘유평계곡’이 아닌 ‘대원사계곡’이란 이름을 갖게 된 데는 사연이 있다. 1960년대까지 화전민이 살던 이 계곡은 일본강점기에는 항일의병의 은신처로, 또 한국전쟁 때에는 빨치산의 주요 활동무대가 됐던 대원사가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눈이 부실 정도로 희고 깨끗한 계곡의 바위들은 아픈 역사를 기억하는지 못하는지 오랜 세월 묵묵히 자리만 지키고 서 있다. 아무리 더운 여름이라도 계곡에 발을 담그고 있으면 무릉도원이 따로 없을 정도로 물은 맑고 시원하다.

때묻지 않은 청정지역인 경남 산청에서도 단연 최고로 꼽히는 지리산자락의 대원사계곡. 천왕봉에서 발원해 12㎞에 걸쳐 쑥밭재, 새재, 왕등재, 밤머리재, 웅석봉 등 산자락 곳곳의 계류를 하나로 모아 경호강으로 흘러든다.


대원사계곡에서 가장 멋스러운 곳은 대원사 앞에 들어앉은 여인의 피부처럼 매끄러운 너럭바위와 깊은 소다. 한 폭의 수채화처럼 멋스럽다. 계곡을 끼고 있는 대원사는 신라 진흥왕 때 연기조사가 창건했다는 비구니들의 수행도량이다. 내력은 깊지만 소실과 중건을 거듭해 지금의 절집 건물은 1959년에 지은 것이다. 대원사에서 유평마을을 거쳐 새재마을로 이어지는 대원사 계곡 트레킹은 건강한 땀을 낼 수 있게 해주는 힐링코스로도 유명하다.

소담한 사찰 내원사 옆에 있는 내원사계곡도 가족과 함께 찾기에 좋은 곳이다. 내원사 입구에는 텐트를 칠 수 있는 야영장도 있어 자연 속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고가와 돌담길이 아름다운 ‘남사예담촌’

산청의 남사예담촌에서 가장 아름다운 골목으로 유명한 이씨고가 골목길. X자로 굽은 두 그루의 회화나무가 뻗어 있다.
산청에는 고가와 돌담길이 그대로 남아 있는 마을이 있다. 지리산 초입에 자리잡은 남사예담촌이다. ‘옛담 마을’이란 의미를 담고 있는 예담촌은 흙돌담길과 기와 얹은 한옥, 오래된 나무로 마치 옛날로의 시간여행을 떠난 듯하다.

마을에는 지리산자락의 산골과는 어울리지 않는 기와집 40여채가 빼곡히 들어서 있다. 말 그대로 고풍스러움이 가득하다. 성주 이씨, 밀양 박씨, 진양 하씨가 주류. 최재기 가옥을 중심으로 성주 이씨의 종가인 이상택 가옥, 대단한 규모의 사랑채인 사양정사가 자리하는 연일 정씨가옥 등이 대표적이다. 적당한 예스러움과 깔끔함이 더 친근하게 다가온다. 이 중 이상택 가옥은 18세기에 만든 안채와 20세기에 만든 사랑채가 200여년의 간격을 두고 함께하고 있어 문화적 가치도 매우 높다.

이곳의 진짜 아름다움은 돌담길이다. 3.2㎞로 골목마다 저마다의 매력을 뽐낸다. 투박하면서도 정적인 곡선이 빼어난 골목은 사양정사의 진입로이기도 한데 담장을 수놓은 담쟁이덩굴을 따라 들어가면 정씨 집안의 문중회의장 겸 서당 역할을 한 사양정사가 나온다. 솟을대문 앞에는 퇴락한 하씨 고택의 무너진 담장 너머로 수령 600년을 넘긴 감나무 한 그루가 감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다. 영의정을 지낸 문정공 하연이 일곱살에 어머니를 생각하며 심었다고 전해진다.

회화나무 두 그루가 X자로 굽은 채 자라는 이씨고가 골목길도 운치가 있다. 화재를 막기 위해 심었다는 수령 300년의 이 X자 회화나무 덕분에 마을이 불바다가 된 한국전쟁 때도 이씨고가는 멀쩡했다고 한다. 이씨고가 집안의 회화나무는 인조로부터 하사받았다고 전해진다.

산청의 남사예담촌에서 가장 아름다운 골목으로 유명한 이씨고가 골목길. X자로 굽은 두 그루의 회화나무가 뻗어 있다.


남사예담촌의 골목길 중 으뜸은 최씨고가의 골목길이다. 마을주차장과 연결된 골목은 정확하게 ‘ㄱ’자로 꺾여 모서리에 바싹 붙어 사진을 찍으면 골목이 두 개로 보인다. 최씨고가의 솟을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수령 230년인 최씨매를 비롯해 온갖 화초들이 수목원을 방불케 한다.

이순신 장군은 백의종군 시절에 남사예담촌의 박호원 농막에서 하룻밤을 묵었단다. 남사예담촌에서 가장 긴 골목을 걸어 사수천을 건너면 당시의 농막은 사라졌지만 임꺽정의 난을 진압한 박호원의 재실인 이사재가 높은 언덕에서 남사마을을 굽어보고 있다.

산청 남사예담촌의 최씨고가. 솟을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수령 230년인 최씨매를 비롯해 온갖 화초들이 수목원을 방불케 한다.


◇여행메모

△가는길=수도권에서 출발하자면 경부고속도로나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대전까지 가서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로 갈아탄다. 함양 갈림목을 지나면 곧 산청나들목이 나온다.

△잠잘곳=휴롬인재개발원 내에 비교적 깨끗한 숙박시설이 있다. 두 명 정도 묵을 예정이라면 일반실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침대와 온돌 중 선택할 수 있다. 가격은 8만~10만원. 5인 이상이라면 휴롬빌리지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5인 1실 기준으로 약 30만원이다.

△먹을곳=산청한의학박물관 부근의 ‘약초와 버섯골식당’(055-973-4479)은 갖가지 산나물·약초와 함께 쇠고기를 데쳐 먹는 ‘약초버섯전골’을 내놓는다. 마치 샤부샤부처럼 약초와 산나물과 고기를 한데 데쳐 먹는 것이 생소하긴 하지만 의외로 깊고 짙은 맛이 우러난다.

산청 동의보감촌 내 ‘복석정’. 복을 가져다주는 바위라는 뜻으로 주변을 돌면서 소원을 빌면 이룰 수 있게 해준다고 해 관광객이 끊이질 않는다.
산청 동의보감촌 내 ‘석경’. 하늘의 기운을 모아주는 돌거울이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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