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대상 이 작품] 인천공항서 들려온 '쑥대머리'

- 심사위원 리뷰
국악그룹 '짙은 국악, 난다' 상설공연
부드럽고 서정적 악상으로 외국인들 시선집중
창의적 실험정신으로 다양한 시도한
젊은 국악인들 노력 돋보여
  • 등록 2016-01-07 오전 6:15:00

    수정 2016-01-07 오전 6:15:00

국악그룹 ‘짙은 국악, 난다’의 공연 모습(사진=난다).


[유대용 중앙대 교수]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을 오가는 외국인이 ‘원더풀’을 연발한다. 신명 나는 소리에 다가가 보니 한국전통문화센터(공항 여객터미널 면세구역)에서 우리의 소리를 들려주고 있는 국악그룹 ‘짙은 국악, 난다’(2015년 12월 1일부터 29일까지)의 상설공연이다. 치마저고리를 예쁘게 차려입은 젊은 여성국악인들이 단아하게 앉아서 가볍지 않은 국악을 들려주고 있다. 소리꾼, 대금, 대피리, 장고로 구성한 4명의 국악인이다. 국악을 현대화하고 대중화하며 또 세계화에 앞장서는 그들의 노력이 특별해 보였다. 특히 전통을 기반으로 하면서 여러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춤추는 듯한’ 매력이 돋보였다.

‘난다’는 ‘흥이 난다’ ‘신명 난다’라는 말에서 따온 이름으로 젊은 여성 국악인 4명이 만든 단체다. 젊은이답게 새로운 전통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지만 새롭게 창작하거나 편곡한 곡을 주로 연주한다. 지난달 17일 공연에는 소리꾼 정초롱이 판소리 ‘춘향가’ 중 ‘쑥대머리’를 애절하게 불렀는데, 전통 판소리를 새롭게 창작한 것으로 대금선율과 대피리의 중저음이 판소리를 부드럽게 감싸고 있다. 보통 판소리에서 느낄 수 있는 전통적 창법을 유지하면서도 국악을 많이 접해보지 않은 관객을 겨냥한 듯 부드럽고 서정적 악상도 인상적이었다. 여기에 25현 가야금이나 양금이 화음을 구성해 곡을 더욱 풍부하게 이끌었다.

부잣집 대청마루와 같은 무대에 올라 전통음악을 온전히 들려주는 것뿐만 아니라 한복 매무시나 단정한 머리장식 등 이들의 행동거지 하나하나에는 ‘한국의 미’를 알리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움직이는 사람이 많은 장소라 거리공연의 느낌을 주지 않으려는 연출의도가 엿보였는데, 이는 문화재보호재단에서 의욕을 가지고 진행하는 사업이기 때문일 것이다.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인도 큰 관심을 가졌으며 바쁘게 캐리어를 끌고 이동하는 중에도 발길을 멈추고 시선을 집중했다. 때론 진지하게 사진을 찍고 녹화를 하기도 했다.

색깔은 분명히 달랐다. 전통 판소리창법을 기반으로 일반 관객이 편안하게 듣도록 소리하는 것도 그렇고, 양금의 매력을 한껏 부각한 편곡으로 신비감이 커졌다. 또한 대피리의 중저음으로 풍부하게 감싸안아 단출한 4인 무대는 풍성했다. 어우러지는 듯하면서도 흐트러지고, 흐트러지면서도 각자의 매력을 드러내는 부분은 젊은 국악인이기에 가능한 것이고 신선한 것이었다.

지나치는 여행자 앞에서 정해진 시간이면 무표정한 얼굴로 무대에 오르는 민속촌 유물 분위기를 만들어내지 않은 게 무엇보다 반갑다. 아름다운 우리의 음악과 모습으로 굳건히 자리매김하고 있는 ‘짙은 국악, 난다’의 행보에 박수를 보낸다. 공연이 끝나면 ‘원더풀’을 외치며 기념촬영을 부탁하는 외국인을 바라볼 때 창의적 실험정신을 가지고 다양한 시도로 늘 도전하는 후배들의 노력에 머리가 절로 숙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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