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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박근혜 정부의 국정 운영 패러다임은 정부3.0이다. 개방·공유·소통·협력을 바탕으로 국민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일자리 창출과 창조경제를 지원하자는 데 목적이 있다. 관광분야에서도 창조경제 실현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관광산업의 융·복합을 위한 다양한 사업이 그 일환이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사업은 ‘창조관광사업 공모전’이다. 2011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관광부문의 창업과 연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관광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취지 아래 ‘창조관광사업 공모전’을 실시하고 있다. 공모전의 성과는 눈부시다. 4년간 총 260건의 창조관광사업을 발굴, 그중 170개의 아이디어를 사업화했다. 또 501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성과를 올렸다. 이데일리는 문화체육관광부·한국관광공사와 공동으로 공모전에 당선한 업체 중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한 업체를 찾아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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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이미지를 깨다
이번에 소개할 창조기업은 서울 중구 정동에 자리한 ‘모던한(韓)’. 국악·한식·전통공예·전통주 등 한국의 전통문화를 아우르는 예술가 150여명이 활발하게 활동 중인 전통예술기획사다.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상품을 관광분야와 접목,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공연이나 파티, 전시회 등을 기획하고 설계한다. 전통음악 공연을 비롯해 재즈·클래식 등 퓨전국악 콜래보레이션을 기본으로 한복전시·패션쇼, 전통소품 디자인·제작, 전통주 칵테일 제조·판매, 퓨전 한식 레시피 개발, 케이터링 출장 서비스 등의 사업을 한다. 쉽게 말하자면 전통문화 아티트스 에이전시이자 매니지먼트사인 셈이다.
조인선(32) 모던한 대표는 “K팝처럼 우리 전통예술도 충분히 세계시장에서 통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K팝의 세계화를 이끈 YG엔터테인먼트처럼 전통예술계를 대표하는 매니지먼트사를 만드는 게 꿈”이라고 밝혔다.
“전통도 매니지먼트가 필요하다. 전통예술을 전문적으로 다루고 재능있는 문화인을 육성하는 일이 기반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전통예술계는 연주자나 기능인을 육성하는 데만 집중해왔다. 좋은 공연과 작품을 위해서는 좋은 기획자와 연출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연주자와 기획자·연출자가 한 데 모인 ‘모던한’ 플랫폼이다.”
전통악기로 오케스트라를 구성할 수 있는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세계적으로 5개국뿐이다. 이처럼 한국의 전통국악이 우수하고 매력적이지만 그동안 우리 스스로 평가절하해온 것도 사실이라는 게 조 대표의 설명이다. 조 대표는 “국악공연 특성상 연출자가 따로 없어 공연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연출자가 있더라도 국악 전공자가 아니어서 공연의 이해와 특수성을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 질이 많이 떨어졌다”고 꼬집었다.
강규상 한국관광공사 관광벤처팀장은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매년 늘어나고 있지만 사실 우리가 그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우리의 문화콘텐츠는 그리 많지 않은 게 현실”이라면서 “모던한은 다소 낯설고 진부하게 여겨져온 전통의 이미지를 현대로 뒤바궈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주목받고 있는 기업”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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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대표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에서 아쟁을 전공했다. 락음국악단 예술영재에 뽑혀 국악오케스트라 활동을 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소위 ‘잘나가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가슴 한쪽에 공허함은 커져만 갔다. 국악을 포함한 우리 전통예술이 대중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모차르트와 하이든이 살았던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슈만의 생가와 바흐박물관이 있는 독일의 라이프치히 등 관광선진국은 자신의 나라를 대표하는 연주자나 작곡가의 자취, 역사를 그 나라의 예술과 역사, 문화를 집약한 최고의 관광자원으로 대우하고 있다. 한국도 지역의 정서와 문화가 담긴 토속민요가 있고, 악기를 만들거나 전통음악에 능통한 당대 최고 연주자의 스토리가 담긴 예향의 도시가 있지만 제대로 조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바로 이 점이 조 대표가 연주자에서 기획자로 다시 인생을 다시 설계하게 된 이유다.
“우리나라는 연주자에게 연주만 가르치지만 선진국은 철학을 비롯해 인문학, 예술, 비즈니스까지 가르친다. ‘플레이어’와 ‘아티스트’는 다르다. 우리는 전통예술 보존 차원에서 플레이어 양성을 중요시하지만 나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전문사(대학원)에 들어가 예술경영을 전공하면서 국악이 지금까지 대중에게 외면받은 이유를 알게 됐다. 연주자 출신의 공연기획자가 필요하다는 확신이 들었다.”
평생 연주만 해오던 조 대표는 현장으로 나갔다. 2012년 국악방송 문화사업부에서 근무하며 기획일을 배운 뒤 바로 2013년 전통예술 에이전시 회사인 모던한을 만들었다. “상표등록부터 하고 사업을 시작했다”는 그는 “새로운 전통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 문득 떠오른 단어였는데 모던한이 내 인생을 바꾸게 될 줄은 몰랐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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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예술의 선순환구조를 만드는게 내 일”
본격적인 시작은 창조관광공모전과의 인연에서부터다. 모던한은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주최한 ‘제4회 창조관광공모전’에서 입선했다. 상금으로 받은 금액이 2700만원. 하반기에는 우수기업으로도 뽑혀 추가로 700만원을 지원받았다. 이외에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모던한에게 공연의 기회를 주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조 대표는 과감하게 지원금 전부를 ‘모던한 1집’ 앨범 만드는 데 사용했다. “가장 잘하는 데 쓴 것”이라고 말하는 조 대표는 “우리만의 소리를 고급스럽게 담았다. 판소리, 피리, 아쟁, 가야금, 대금, 거문고, 타악, 해금까지 총 8개의 전통악기로 구성했다. 우리 악기만으로 이런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웃었다.
한국 전통문화의 고정관념을 깨기 위한 노력도 시도하고 있다. 서양의 파티와 라운지문화에 ‘우리 것’을 실은 ‘코리아 라운지’가 대표적이다. 전통음악 연주자를 중심으로 구성한 20대의 젊은 아티스트가 전통예술을 비롯한 한국전통콘텐츠에 대중성을 부여하고자 기획한 국내 최초의 전통예술 클럽파티다. 다양한 전통예술 장르를 한자리에서 체험하고 교감할 수 있는 한국식 종합문화행사인 셈이다. 파티는 사물놀이와 퓨전국악연주를 비롯한 한국화 전시, 다도 체험, 막걸리 시음, 규방공예 전시 등 다채로운 행사로 구성했다
한해에 배출한는 국악전공자 800여명 중 10%도 살아남지 못하는 게 현실. 이들이 계속 무대에 설 수 있도록 선순환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 대표는 강조했다. 아티스트가 공연장을 떠나 새로운 ‘판’을 짜는 것이 모던한이 추구하는 또 다른 목표다. 조 대표는 “비단 국악인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전통예술인 모두의 문제”로 인식하는 게 중요하단다. 모던한이 3년간 300회 이상의 공연을 해온 이유다.
“연주자도 일종의 디자이너”라는 조 대표는 “우리 전통문화와 예술도 계속 콘텐츠를 개발하고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도록 늘 점검해야 한다”면서 “요즘 시장이 원하는 음악은 퓨전이다. 특히 국악인은 크로스오버나 콜래보레이션을 굉장히 잘한다. 사고가 열려 있는 만큼 음악의 한계도 열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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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예술계의 ‘YG’가 되는 게 목표
지난 3년간 모던한은 전통파티 100회, 공연 300회 이상을 개최했다. 매출도 상승세다. 2012년에 4000여만원, 지난해에는 1억여원, 올해는 2억여원 정도를 올렸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3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 대표는 지난달에는 ‘제8회 올해의 여성문화인상’에서 신진여성문화인상까지 받았다. 문화분야에서 활동하는 우수한 여성을 선정해 역할모델로 발굴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2008년 제정한 상이다. 이제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오는 12월 3일 두 번째 앨범을 발표한다. 조 대표는 “이번 앨범은 일렉트로닉 댄스뮤직 EDM을 접목한 ‘국악 EDM’”이라면서 “신선하다는 반응도 있지만 일부에서는 불편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100년 전 문화와 사고를 설득하기보다 전통도 진화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전통이라고 하면 ‘옛것’이란 이미지가 강한데 전통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만큼 가능성이 무한하다”고 덧붙였다.
내년부터는 컨벤션 비즈니스로 진출할 계획이다. 한국기업이 글로벌시장 공략을 위해 참가하는 해외전시회 등에 우리만의 색깔과 대중성을 겸비한다면 세계인의 관심을 사로잡겠다는 것이 조 대표의 생각이다. 스포츠산업 분야도 모던한의 또 다른 시장이다. 각국의 선수와 팀이 방한할 때 한복과 한식, 전통음악 등으로 구성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면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더 큰 목표는 전통예술계에 엔터테인먼트계의 YG와 같은 종합기획사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전통이나 국악 얘기를 꺼내면 듣지도 보지도 않으려 한다. 이렇게 멋진 문화를 왜 외면하는 걸까. 너무 어렵게 전달했기 때문이다. 요즘은 8000원만 내면 극장에서 좋은 음향에 스토리를 즐길 수 있다. 이런 시대에 스토리도 없이 정악 45분을 듣는 게 어디 쉬운가. 청각만 만족하는 시대는 끝났다. 오감을 자극하는 콘서트나 파티문화가 필요하다. 모던한이 그 일을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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