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物價)는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의 삶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지요. 예를 들어볼까요. 물가, 즉 물건의 값이 오른다고 가정해보지요. 철저히 저같은 월급쟁이 입장에서 생각해보겠습니다. 물가가 뛰기 시작하면 “더 오르기 전에 지금 사자”는 심리가 생기겠지요. 심하면 ‘사재기’까지 우려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소비가 늘면 당연히 저축은 줄어들겠지요. 물가가 계속 올라갈 경우 물건을 살 수 있는 여력도 점차 떨어질 겁니다. 갖고 있는 돈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얘기입니다. 그건 곧 월급통장에 찍히는 돈이 예전같은 구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일할 맛이 사라지겠지요. 노동력 약화는 곧 경제 위축을 의미합니다. 적절한 물가를 유지하고자 한은이 따로 있는 것만 봐도 그 중요성은 설명되지요.
전두환 ‘안정화정책’ 이승만 ‘토지개혁’, 경제의 초석 평가
갑자기 물가 얘기를 꺼낸 건 정 위원장의 지적에 전두환정부가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인기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정치적 과오가 컸던 탓입니다. 하지만 경제는 다릅니다. 물가상승률 30%가 믿어지십니까. 1980년 실제 그랬습니다. 박정희정부는 경제성장을 위해 물가안정을 사실상 포기하다시피 했지요.
이때 고집스레 전 전 대통령이 밀어붙인 게 안정화정책입니다. 말이 안정화이지, 긴축을 하자는 것이지요. 긴축은 단기적으로 보면 여기저기서 원성을 듣기 딱 좋지요.
당시 경제기획원에 있던 강경식 전 경제부총리는 자신의 회고록 ‘국가가 해야 할 일, 국가가 하지 말아야 할 일’에서 이렇게 술회합니다. “전 대통령의 결단으로 정부 주도의 경제구조가 민간 주도의 시장경제로 획기적으로 전환하는 계기를 맞았습니다. 이러한 전환은 최고권력자의 확신이 없었다면 있을 수 없었습니다.” 이런 뚝심의 안정화정책은 우리경제의 기초를 닦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우리 역대 대통령들의 ‘퇴임 이후’는 불행으로 점철돼 있습니다. 대부분 정치적 논란이 그 이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그럼에도 전쟁의 폐허 속에서 이런 경제를 일군 것은 분명 누군가의 노력이 있어 가능했을 겁니다.
박근혜정부, 노동개혁은 다를까…“후반기 일로 승부해야”
박근혜정부도 이걸 모르지 않습니다. 이른바 4대개혁(노동 금융 공공 교육)이란 아이디어도 이런 고민에서 나왔습니다. 우리 경제가 전환기에 놓여있고, 그래서 일대 구조개혁이 불가피하다는 것입니다. 정부가 아무리 돈을 풀어도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 시대입니다. 박근혜정부의 이런 문제의식은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노동개혁은 달라질 수 있을까요. 또 졸속으로 합의하려 들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여권은 어떻게든 올해 안에 마무리하려고 한다네요. 게다가 최근에는 내년 총선을 앞둔 국내 정치싸움이 가관이어서 더 걱정됩니다. 청와대마저 여기에 동참하고 있는 기류입니다. 박 대통령 특유의 ‘콘크리트 지지율’은 정책보다 정쟁에 더 이용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이명박정부 후반기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김효재 전 수석은 최근 본지와 만나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임기 후반기) 일로 승부해야 합니다. 임기 말이 됐다고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이 온다고 할 수는 없는 겁니다.” 전 정권 인사이긴 하지만 새겨들을만 합니다. 전두환정부도 그 인기 없는 안정화정책을 몇년에 걸쳐 밀어붙였다는 점을 교훈으로 삼았으면 합니다. 여권이 집안싸움에서 이겨보겠다고 으르렁대기엔 시간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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