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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서울 종로구 동숭동 상명아트홀 갤러리. 놀이공원 등 테마파크에서만 접할 수 있던 ‘귀신의 집’이 지난 3일 대학로 한복판에서 문을 열었다. 처녀귀신, 저승사자 등 한국을 대표하는 호러물을 테마로 한 공포체험관이다. 심장을 조이는 오싹한 분위기는 기본이지만 여타 ‘귀신의 집’과 다른 점은 공포체험에 스토리텔링을 입힌 것. 영상실·우물가·무당집·부엌·무덤가·성황당 등 총 6가지 코스를 지나며 각각의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 체험 전 매표소에 요청하면 난이도를 조정할 수 있다.
평소 겁이 많은 기자가 직접 체험에 도전했다. “절대 무섭게 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해 6~7세 수준으로 난이도를 조정했지만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등줄기에 땀이 흘렀다. 첫 코스에 들어가기 전 미션수행을 위한 설명이 영상으로 흐른다. “때는 바야흐로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세우던 1392년. 전라북도 전주시의 한 마을에서 일어난 이야기라오.” 그러곤 고을 사또의 수청을 거부하며 우물가에 뛰어든 꽃분이의 원혼을 달래기 위한 여정이 시작된다.
음산한 문을 여는 단계부터 용기가 필요하다. 으스스한 소리가 시종일관 청각을 자극해 발을 내딛기조차 쉽지 않다. 첫 미션장소는 우물가. 우물물을 장독대에 놓인 항아리에 옮겨 담아야 한다. 물을 채우고 나와 많이들 쓰러지는 지점이 여기란다. 덕분에 세트도 몇번 무너졌다고. 비명을 지르고 무사히 우물가를 지났다면 다음은 무당집이 기다리고 있다. 명부에 꽃분이의 이름을 적고 멍석 위에서 큰절을 올려야 한다. 종교가 있는 사람이라면 꼭 절이 아니어도 괜찮단다. 이후 부엌을 지나 조심스럽게 다음 장소로 이동하려는데 이것도 쉽지가 않다. 잘린 손목, 소복, 칼 같은 공포소품이 복도에 널려 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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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객에게 알싸한 공포감을 선사하는 ‘귀신들’은 아르바이트생이 아닌 실제 대학로 배우다. 저승사자 역을 맡은 최승훈(가명) 씨는 “공포와 재미가 공존한다는 점에서 기존 ‘귀신의 집’과 다르다”면서 “여자친구와 동행한 남자의 경우 분명히 깜짝 놀랐을 텐데 안 놀란 척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웃었다. 귀신잡는(?) 해병대도 예외는 없었다. 최씨는 “군복을 입은 장정 몇명이 왔던 적이 있는데 처음엔 괜찮은 척하다가 나중엔 발밑의 뽁뽁이 소리에도 자지러지게 놀라더라”고 말했다. 처녀귀신을 연기하는 이소희(가명) 씨는 “사람마다 느끼는 공포가 다르기 때문에 그걸 지켜보면서 ‘타이밍’을 정한다”며 “체험객이 ‘살려주세요’라고 소리치거나 욕을 하면서 발길질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체험시간은 20분가량이지만 체험객에 따라 소요시간은 유동적이다.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후 1시~밤 10시까지 운영하는데 올해는 8월 30일까지다. 이용요금은 2만원. 2명 이상일 경우에는 10%씩 추가할인을 해준다. 김효중 컬처마인 실장은 “실력 있는 배우들의 공포연기를 제대로 볼 수 있는 장소”라며 “여름철 무더위를 피해가는 대학로의 이색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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