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나날이 푸르러가는 봄날. 만사 제쳐놓고 꽃다운 하루에 취하고 싶은 때다. 꽃잎 우수수 바람에 떨어진 그 자리엔 연초록의 이파리들이 어느듯 강변을 가득 메웠다. 이번 여행지는 소리죽여 흘러가는 경기도 여주의 남한강변. 강원도 횡성을 휘감으며 흘러들어온 섬강과 충북 충주의 물길을 따라온 남한강이 하나로 만나는 합수머리다. 늘 지나다니던 곳이다.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강원도 땅으로 들어서기 직전, 남한강교에 올라 오른편으로 고개를 돌리면 펼쳐지는 운치 있는 강변이 바로 그곳이다. 고속도로를 지날 때마다 ‘언제고 한 번 가봐야지’하고 벼르며 마음 속에 점찍어 놓고 아껴뒀던 곳. 아무래도 강변 풍경은 봄날이 가장 좋다. 특히 남한강변을 제대로 느끼려면 ‘여강길’을 따라 걷는 게 좋다. 겹치거나 되돌아나오는 구간이 거의 없다. 4개 코스로 총 57㎞. 그렇게 찾아간 길이다.
|
◇뱃사공의 이야기를 따라 걷는 ‘옛나루터길’
1코스는 옛나루터길이다. 여주종합터미널에서 출발해 여주관아 정문이었던 영월루를 거쳐 도리마을까지 남한강 남쪽 강변을 따라 걷는 길이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구간. 본격적인 걷기 코스는 금은모래강변 공원에 있는 ‘금모래은모래 산책길’부터다. 1km의 고운 모랫길이다. 햇빛에 비친 고운 모래가 은하수처럼 펼쳐졌다. 이어 나루가 이어진다. 가장 먼저 맞는 나루터는 ‘부라우나루’다. 단현동과 남한강 건너편의 강천면 가야리를 잇는다. 강변으로 돌출한 바위가 거센 강물을 막아 물살이 잔잔한 천혜의 나루터다. 강과 바위, 고목이 어우러진 숨겨진 비경을 자랑한다. 여주 나루터 중 가장 빼어난 곳이다. 부라우나루를 지나니 우만리나루다. 나루에는 마치 아직도 나룻배를 기다리는 듯 수령 300년이 넘은 느티나무 한 그루가 성성하게 가지를 뻗고 서 있다. 다시 길은 흰 바위가 있던 흔암리나루를 지나 아홉사리과거길로 이어진다. 아홉사리는 아홉번 굽이친다는 뜻. 흔암리와 도리를 연결하는 오솔길이다. 조선시대 과거를 보러 경상도와 충청도 선비들이 한양으로 가던 길이었다. 고즈넉한 숲길을 걷다 보면 종착지인 도리마을이다. 과거엔 도리마을을 향해 난 도로가 단 하나뿐이어서 들어온 길을 되돌아 나가야 해 ‘되래’ 혹은 ‘도리’라고 불렀다고 한다.
△코스정보= 여주종합터미널→영월루→황포돛배 선착장→강변유원지→금은모래강변공원→부라우나루→우만리나루→흔암리나루→아홉사리과거길→도리마을회관(15.3㎞, 약 5~6시간 소요)
|
◇3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세물머리길’
2코스는 도리마을에서 출발해 삼합교를 건너 강천마을까지다. 강원도과 충청도, 그리고 경기도의 접경구역이다. 남한강, 청미천, 섬강이 만나는 곳이기도 하다. 도리마을을 나와 청미천 여울소리를 들으며 모랫길을 걷다 보면 삼합리 세물머리에 다다른다. 삼합리는 여주 점동면에 있는 마을. 점동면과 강원 원주시 부론면, 충북 충추시 앙성면의 3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라 해 삼합(三合)이라 부른다.
△코스정보= 도리마을회관→중군이봉→건장이마을→삼합교→소너미고개→개치나루터→흥원창→섬강교→자산→강천마을(19.7km, 7~8시간 소요)
◇남한강변의 생태계를 관찰할 수 있는 ‘바위늪구비길’
3코스는 경기도의 수변 생태계를 관찰할 수 있는 ‘바위늪구비길’이다. 강천마을을 지나면 바위늪구비다. 바위늪구비는 남한강 물이 불이 불고 줄면서 자연스레 생긴 늪. 이곳은 물이 늘면 강이 되고 물이 줄어들면 늪이 된다. 늪을 따라 고운 모랫길이 펼쳐졌다. 너울이 만들어낸 파도소리를 들으며 도착한 곳은 황포돛배를 형상화한 강천보. 한강문화관, 강천섬수변공원과 함께 천혜의 풍광을 자랑하는 곳이다. 특히 야간조명은 시간대별, 계절별로 각기 다른 분위기를 연출해 또 다른 볼거리다.
남이섬의 1.5배인 강천섬은 여의도처럼 강물에 실려 온 흙과 모래가 퇴적해 생긴 섬. 자동차로도 강천섬까지 곧바로 이동해도 된다. 자전거길과 산책로가 정비되어 있다. 연보랏빛 단양쑥부쟁이를 비롯해 달맞이꽃, 패랭이꽃 등이 군데군데 피어 있는 강천섬은 야영지로도 인기. 가을에는 섬 중앙에 조성한 노란 은행나무길이 연인들이 추억을 쌓는 데이트 코스로 유명하다. 목아박물관은 목아 박찬수(무형문화재 제108호)선생이 설립한 동양 최초의 불교 박물관. 1993년 6월에 문을 열고, 선생이 수집한 6000여점의 불교 관련 유물과 자신이 제작한 작품들을 전시한 곳이다. 이어 금당교를 지나면 3코스의 종착지인 신륵사에 다다른다.
△코스정보= 강천마을(강천교)→바위늪구비→남한강교→대순진리회→목아박물관→금당교→신륵사(14㎞, 4~5시간 소요)
|
◇가족과 함께 걷기 좋은 길 ‘5일 장터길’
△코스정보= 신륵사→황포돛배 선착장→여주도서관→연인교→영월루→여주시청→여주5일장(여주중앙로)→대로사→세종산림욕장→효종대왕릉→세종대왕릉(8km, 3~4시간)
|
△가는길= 영동고속도로 여주나들목에서 나가 37번 국도를 타거나, 중부내륙고속도로 서여주나들목에서 나가면 된다.
△먹을곳= 여주엔 쌀밥정식과 막국수, 매운탕 전문식당들이 많다. 여주읍 상거리 웅골(031-882-1617)의 여주쌀밥정식(1인분 1만3000원)과 콩요리, 현암4리 동네막국수(031-884-0434)의 메밀막국수 등.
△여주도자기축제= 4월 24일부터 5월 17일까지 신륵사 관광지 일원에서 열린다. ‘도자천년, 물결따라 행복여행’이 주제다. 수준 높은 도자기 작품 감상은 물론, 도자경매를 통해 원하는 도자기를 구입할 수 있다. 생활도자기부터 도예작품까지 다양하다. 아이와 함께 여주 도자예술을 보고 체험할 수 있는 각종 전시 및 체험행사도 있다. 도자기 흙 밟기 체험과 물레체험, 칠보도자기 액세서리 만들기 등이다. 전통가마 불지피기, 다도체험, 달마그림 그리기 등 이색 프로그램도 있다. 축제기간 내내 K팝 퍼포먼스, 어린이인형극, 예술단 등 다양한 공연도 열린다. 여주도자기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전국도자접시깨기 대회. 올해로 4회째다. 폐막 하루 전까지 23일간 열린다. 남녀노소 누구나 참가할 수있다. 한 명당 접시 2개를 벽에 던진다. 깨진 접시 중 제일 큰 파편을 찾아서 가장 짧은 길이를 기록한 사람이 이긴다. 성적에 따라 시상금도 받을 수 있다. (031)881-6165
|
|
▶ 관련기사 ◀
☞ [여행+] 여강과 함께 천년세월 지켰노라 '신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