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가 서울 기독교청년회(YMCA) 청소년유해환경감시단의 도움을 받아 실시한 현장조사 결과 편의점·가판대·구멍가게 등 담배 판매점에서 청소년들은 누구의 제지도 받지 않고 손쉽게 담배를 구매할 수 있었다. 29곳 중 신분증 확인을 요구한 데는 단 한 곳에 불과했다. 일부 몰지각한 어른들은 “담배들 대신 사달라”는 청소년들의 요구에 순순히 담배 심부름을 해줬다. 친절이 아닌 일종의 ‘범죄’다.
지난해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가 전국 중·고교 8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청소년 흡연율은 9.7%로 나타났다. 매일 담배를 피우는 비율도 남학생은 7.4% 여학생 1.9%나 됐다. 특히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흡연율도 높아져 고등학교 3학년생의 흡연율(15.0%)은 중학교 3학년생(8.6%)보다 두배 가까이 높다.
유현수(가명·18·서울 강서고2)군은 “학교에서 담배를 피우다 걸리면 벌점을 부과하는 등 제재를 하는데도 한 반 40명 중 10명 안팎은 담배를 피운다”고 귀띔했다. 박진수(가명·18·영등포공업고2)군도 “반 학생 30명 중 20명은 담배를 피우는 것 같다”며 “흡연이 위험하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친구들도 많다”고 말했다.
청소년 흡연만이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금연 정책은 곳곳이 사각지대다. 간접흡연 피해에 고스란히 노출된 아파트 등 공동주택, 금연구역에서 배제된 노래방, 당구장, 버스 정류장과 길거리 흡연이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먼저 둘로 나뉜 담배 규제 법령부터 손질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금처럼 흡연 규제 근거가 담배사업법과 국민건강증진법에 각각 나뉘어 있으면 종합적인 금연 정책 수립과 추진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담배사업법은 담배산업 진흥을 목적으로, 담배가 국가의 전매물품이던 시기에 제정돼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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