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기 전 방통위원 "데이터 종량제 적극 도입해야"

"데이터 많이 쓴 사람이 돈 더 내야"
이통사 네트워크 투자 확대 위해 필요
OTT사업자 싼값에 네트워크 제공..배척보다는 품는 자세
  • 등록 2013-04-21 오전 10:59:57

    수정 2013-04-21 오전 11:36:02

[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정부가 쓰레기 종량제를 도입한 것처럼 데이터 종량제 도입을 위해 나서야 합니다. 자기가 쓴 데이터 양 만큼 돈을 내는 캠페인이 나와야 합니다.”

이병기 서울대 교수(전기공학부)는 데이터 종량제 도입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역설했다. 지난 19일 인천 중구 을왕동에서 열린 KT(030200) 출입기자 대상 강연에서다.

데이터 종량제는 소비자가 쓴 데이터 양 만큼 요금을 내는 방식이다. 현재 이동통신은 무선에서 일정 요금에 따라 구간별로 데이터 량을 제공하고 있고, 유선에서는 데이터 량과 관계없이 일정액을 징수하는 ‘정액제’를 고수하고 있다.

이 교수의 논리는 크게 두가지다. 먼저 이용자 차별 문제다. 현재와 같은 방식에서는 데이터를 적게 쓰는 사람이 많이 쓰는 사람때문에 손해를 받는 구조라는 것. 이를테면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쓰고 있는 소수가 전체 트래픽을 대부분 쓰고 있다. 결국 소수가 쓰는 대용량의 트래픽을 소수가 나눠서 내는 구조인 셈이다.

이 교수는 “데이터를 많이 쓰는 사람이 제값 만큼 안 내면, 적게 쓰는 사람이 내게 된 구조”라면서 “자기가 쓴 만큼 데이터 값을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이유는 통신사의 네트워크 투자 활성화를 위해서다. 통신사가 네트워크 확대에 투자를 한 만큼 수익이 들어와야 하는데 현재는 그렇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네트워크가 지속적으로 개선돼야 새로운 콘텐츠가 번창할 환경이 마련되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 통신사가 네트워크에 투자할 요인이 적다는 판단이다.

이 교수는 이통사들이 트래픽 이용문제로 카카오톡 등 OTT사업자와 부딪히고 있는 망중립성 논란에 대해서도 “경쟁보다는 품어주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통사들이 OTT사업자와 똑같이 경쟁하고 배척하기보다는 이들을 활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 이 교수는 “OTT사업자들이 사용한 양만큼 싼값에 네트워크를 공급하면서 함께 생태계를 키워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1기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야당 추천)으로 2년간 일했으며 2010년에는 종합편성채널 선정 심사위원장을 역임한 ICT 전문가다.

이병기 서울대 교수가 KT 출입기자를 상대로 ‘데이터 종량제’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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