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秋史)의 한획 한획… 19세기 조선이 보이네

燕行 200주년 기념전 ''추사를 보는 열 개의 눈''
  • 등록 2010-01-04 오후 12:00:00

    수정 2010-01-04 오후 12:00:00

▲ 추사가 손수 탁본을 떴다는 기록이 있는 유일한 자료인‘백월비(白月碑)’탁본 첩 . 신라말 국사인 낭공 대사의 행적을 기록한 ‘백월비’는 명필 김생의 글씨를 모아 만들었다.
[조선일보 제공]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1786 ~1856)는 1809년 10월 동지겸사은사의 부사(副使)를 맡은 부친 김노경(金魯敬·1766~1840)을 따라 청나라 수도인 연경으로 향했고 이듬해 3월 귀국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추사는 연경에서 당대의 거유(巨儒)인 옹방강·완원 등과 교유하면서 경학·금석학·서화 등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추사의 연행(燕行) 20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회 《추사를 보는 열 개의 눈》이 9일 서울 관훈동 화봉갤러리에서 개막한다. 3월 1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전시회는 추사라는 당대의 거목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업적을 10개 키워드를 통해 살펴보면서 추사를 통해 19세기의 학문과 예술 전반을 이해할 수 있는 자리다. 추사의 글씨와 탁본, 그가 소장했던 책을 비롯해 추사와 밀접한 관계를 맺었던 인물들이 남긴 자료 등 210점이 전시된다.

10개의 주제 중 '연행' '가계(家系)' '교유(交遊)' '역관(譯官)' '여항인(閭巷人)' 등 전반부는 추사 탄생의 배경을 보여준다. 청나라 강희제가 편찬한 고문선집, 정조 어찰, 유득공 전집, 박제가 시집 등 연행과 관련된 글씨와 책이 전시되고 제자인 역관 이상적(李尙迪·1803~1865)의 시문집 '은송당집(恩誦堂集)'도 선보인다.

후반부에서는 '저술' '인장(印章)' '서법(書法)' '금석학' '세한도(歲寒圖)'의 5개 키워드를 통해 추사가 이룩한 업적을 보여준다. 추사가 쓴 현판 글씨도 여러 점 나온다. 김해 김씨 김기종(金箕鐘)의 재실(齋室)에 있는 '歸老齋(귀로재)' 현판은 조형미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6년 도난당했다가 최근 다시 찾은 전주 한옥마을 학인당 현판 탁본, 추사가 손수 탁본을 떴다는 기록이 있는 유일한 자료인 '백월비(白月碑)' 탁본첩도 전시된다.

불후의 명작인 추사의 '세한도'를 탄생시킨 직접 계기가 된 책도 전시장에 나왔다. 청나라 하장령(賀長齡)이 편찬한 〈황조경세문편(皇朝經世文編)〉이다. 이상적은 중국에서 구한 이 책을 제주도에 유배 중인 추사에게 보냈고, 추사는 어렵게 구한 책을 자신에게 보내준 이상적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세한도를 그렸다. (02)737-0057

▲ 추사가 쓴 김해 김씨 김기종 재실(齋室)의‘귀로재(歸老齎)’현판 탁본./화봉 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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