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터넷·게임업체, 해외서 잇달아 쓴 맛

글로벌 사업 전면 재검토
"우수 인력·현지 문화 이해 필요"
  • 등록 2008-03-09 오후 12:00:20

    수정 2008-03-09 오후 12:00:20

[이데일리 류의성 안재만기자] 인터넷기업과 게임업체들이 최근 해외에서 `비싼 수업료`를 치루고 있다. 이들은 해외사업에 대한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해외 시장 진출 거점으로 삼았던 지역에서 실적이 부진하자 과감하게 철수하고, 원점에서부터 해외 진출 전략을 다시 점검하는 것. 인력 및 구조조정을 통해 조직 재정비에 나선 곳도 있다.

◇인터넷포털, 해외공략 원점서 재검토
SK컴즈는 지난 6일 이사회을 열어 독일에 있는 싸이월드유럽 법인을 정리한다고 밝혔다.

싸이월드유럽은 SK컴즈가 지난 2006년 6월 유럽 최대 인터넷시장인 독일에 유럽인터넷서비스업체인 T온라인과 세운 합작법인. 출자금액은 52억원으로 100억원에 가까운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철수 이유에 대해 경쟁사업자의 시장 진입이 빠르고 추가 투자부담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회사 측은 5개의 다른 해외법인도 수익성을 면밀히 검토한 뒤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글로벌 시장 공략을 재검토하겠다는 얘기다.

해외사업에 어려움을 느끼는 곳은 SK컴즈 뿐만이 아니다. 다음(035720)은 지난 2004년 1000억원을 투입해 미국 라이코스를 인수했다. 그러나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라이코스 실적 부진 영향으로 다음은 글로벌사업부문에서 2007년 22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2006년에는 5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다음은 지난 2월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글로벌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김동일 다음 CFO는 "글로벌 사업의 전반적인 방향을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인터넷포털업체 네이버도 지난 2001년 일본 시장 진출 실패를 교훈삼아 일본 검색시장 공략을 준비하고 있다. 네이버는 작년 일본에서 검색 베타서비스를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이를 올해로 미뤘다. 현재는 알파버전을 테스트 중이다. 회사 측은 "성공적 진입을 위해 일정에 얽매이기보다는 면밀히 분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게임업계 올해 화두 리스크관리"
게임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외국산 대작 게임들이 국내 시장에 상륙하고 있는데다 치열해진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해외 진출을 노리고 있으나 만만치 않다. 해외에 법인을 갖고 있는 일부 게임회사들의 경우 순익분기점 돌파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지연되는 상황이다. 올해 국내 온라인게임업계 화두는 리스크 관리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게임회사 중에서는 최근 웹젠이 구조조정과 조직개편을 통해 중국 사업을 재정비 하고 있다. 나인웹젠은 작년 인력 30%를 조정했다. 웹젠차이나의 경우 온라인게임 일기당천 개발이 상당부분 마무리되면서 개발에 참여했던 본사 소속 직원들이 다음달 말까지 본사에 복귀한다. 이에 따라 조직을 재정비할 예정이다. 회사 측은 "본사는 물론 중국지사 등 해외 법인들이 경영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어 올해는 흑자전환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CJ인터넷(037150)은 올해를 글로벌 사업 원년으로 삼겠다는 공격 경영을 밝혀 눈길을 끈다. 중국과 미국, 일본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M&A(인수합병)를 통해 개발력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회사 측은 "일본과 중국에서 가시적인 성과와 함께 동남아, 남미 등 신흥시장으로의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본격적인 글로벌기업의 기반을 다질 것"이라고 밝혔다.

◇"우수 인력 확보 및 현지 문화 이해 선행돼야" 
이렇듯 인터넷과 게임회사들의 해외시장 공략은 계속 되고 있다. 그러나 괄목할 만한 성과를 기대하기 위해선 철저한 현지 시장 파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언어 등 해당 지역의 문화를 흡수해 현지에 걸맞는 전략을 제시할 전문가 등 인력 확보가 시급하다.

한 게임업체 CEO는 "국내 직원을 현지에 2~3년 파견하면 현지 문화를 이해할 수 있겠지라는 생각은 착각일 뿐이다. 해외시장 공략에는 우수한 현지 인력 확보가 선행돼야 하는데 사실상 어려움이 많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인터넷포털의 이사도 "우수 인력들이 우리 회사에 관심을 갖기를 기대하긴 힘든 것이 사실이다. 이런 문제는 글로벌 사업을 진행하는 모든 회사들이 겪는 어러움일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들도 비슷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창영 동양증권 애널리스트는 "인터넷 해외시장 공략은 커뮤니티 서비스 문화와 언어적인 요인이 중요한데 싸이월드유럽 철수는 이런 장벽을 넘지 못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영어권 국가들에서는 언어와 문화가 유사한 점이 많아 유튜브나 마이스페이스닷컴 같은 인터넷 서비스들이 성공하는 사례가 많다. 국내 인터넷 기업들이 해외진출할 때 이를 고려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훈 한누리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시장에서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춘 인터넷게임회사들이 해외시장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지역적인 특성 때문에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세계 1위 업체인 구글이나 유튜브, 마이스페이스 등이 한국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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