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제품 개발 수개월 동안 가루쌀 빵만 먹었습니다. 제품 피드백을 위해 주변 직원들에게도 매일 권하니 ‘또 먹어야 합니까’라면서 웃더라고요. 가루쌀로만 빵을 만들면 글루텐이 없어서 기존 빵과 식감이 크게 다릅니다. 반죽의 점성이 떨어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푸석푸석해집니다. 배합 비율부터 고민할 게 참 많습니다. 특히 가루쌀이 밀가루에 비해 너무 비싼 것도 해결 과제입니다.”
| 남장현 책임연구원 (사진=SPC삼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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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삼립(005610)에서 가루쌀 베이커리 상품을 개발 중인 남장현 책임연구원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가루쌀 활용의 어려움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빵 과자 등 가루쌀 제품의 성장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대중화를 위해선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는 것. 남 연구원은 SPC삼립 20년 경력의 베테랑 연구원이다. 국내 쉐이크쉑과 에그슬럿 버거의 번(빵) 개발을 이끌었다.
현재 SPC삼립은 정부의 ‘가루쌀 제품개발 지원사업’에 참여 중이다. 이를 통해 가루쌀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남 연구원은 이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정부로부터 가루쌀을 할당받아 지난해 9월 한정 수량 출시한 식빵과 휘낭시에 제품이 대표적이다. 출시 2개월 만에 2만봉을 모두 팔았다. 남 연구원은 “아직 가루쌀 제품이 익숙하지 않다는 것을 고려하면 고무적인 성과”라면서도 “아직 가루쌀 제품은 개발이 까다로운 제품”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가루쌀 빵 개발에는 일반 밀가루 빵에 비해 두 배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앞서 식빵과 휘낭시에 개발에도 6개월이 걸렸다. 가루쌀의 낯선 식감을 일반 빵처럼 대중화하는 기술 적용이 쉽지 않아서다. 남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가루쌀 빵은 탕종법(밀가루에 따뜻한 물을 넣어 반죽하는 기법) 등을 적용한 반죽과 가루쌀의 최적 비율을 찾아내는 것이 관건”이라며 “쫄깃한 식감이 크게 좌우하지 않는 휘낭시에 등 케이크류는 오직 가루쌀만으로 제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아직 가루쌀은 비싸고 공급량이 많지 않다는 단점도 있다. 가루쌀은 일반쌀과 벼의 품종이 다르다. 곱게 쌀을 갈아내는 제분이 쉬운 신품종을 사용한다. 이를 위해선 전분 함량이 적어야 한다. 모든 일반쌀을 가루쌀로 쓸 수 없다는 얘기다. 별도 재배가 필요하다. 하지만 국내 가루쌀 재배 면적은 크지 않다. 이런 이유로 현재 가루쌀 1㎏의 가격은 밀가루(1㎏)보다 2.5배 가량 비싸다.
밀가루의 대체품으로만 보는 것도 가루쌀 시장 발전의 한계로 꼽히는 요인이다. 기존 밀가루 빵에 맞춰진 소비자 눈높이만을 충족하려다 보니 보조 성격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시각이다. 남 연구원은 “가루쌀은 빵뿐 아니라 라면, 스낵 등 여러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다”며 “빵에만 초점이 맞춰지고 있지만 기술과 가격 등 여건이 갖춰지면 경쟁력은 더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무엇보다 가루쌀 제품은 글루텐이 적은 ‘헬스앤웰니스’(Health&Wellness)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이 병행해야 한다는 게 남 연구원의 말이다. 가루쌀의 공급가를 낮춰야 할 뿐만 아니라 인지도 확대를 위한 마케팅 역시 필요하다. 남 연구원은 “가루쌀 제품 개발의 목적은 국내 쌀 소비 촉진”이라며 “새로운 시장이 창출되기 위해선 국민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다양한 제품을 개발해 가루쌀 시장 확대의 마중물이 되고 싶다”며 “현재 정부에서 가루쌀을 공급받아 오는 7월 와플, 스틱빵 등 4개의 가루쌀 제품 출시를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