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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이데일리 황영민 기자] “정치 새내기들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도 할 수 없던 일을 했다”(유의동 국민의힘 경기도당위원장) “과천에서 시작된 협치의 바람이 국회를 넘어 대한민국 전체를 뒤흔들기를 바란다”(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시민을 위한 협치의 뜻을 보여주신 과천시의회 의원들이 자랑스럽다”(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장면. 대한민국은 이 난국을 뚫고 전진할 수 있다.”(이동학 전 더불어민주당 청년최고위원)
설 명절 간 언론과 SNS에서 화제가 된 과천시의회 협치 현수막에 따라붙은 정치권의 찬사다. 과천시의회 여야 초선의원 4명이 명절을 앞두고 선보인 공동 현수막이 대화와 타협 없이 갈등만 반복하고 있는 정치권에 작지만 큰 울림을 주고 있다.
25일 과천시의회 등에 따르면 국민의힘 우윤화 부의장과 황선희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주연·박주리 의원 등 4명은 ‘과천시민을 위해 한마음으로 뛰겠습니다’라는 문구가 담긴 명절 현수막을 각각의 지역구에 게첩했다. 과천 중앙·별양·과천동을 지역구로 함께 둔 우윤화 부의장과 이주연 의원, 갈현·부림·문원동이 지역구인 박주리·황선희 의원이 현수막에 나란히 얼굴을 올렸다. 작은 보도자료에서부터 시작된 이들의 협치는 SNS를 타고 입소문이 퍼지며 명절을 장식한 큰 화제가 됐다.
인구 7만8000여 명의 작은 기초단체 지방의회 소식이 이란과 외교갈등, 국민의힘 전당대회, 이재명 민주당 대표 검찰소환 등 굵직한 이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까닭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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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의회 최소 정족수인 7명 의원으로 구성된 제9대 과천시의회는 김진웅 의장을 포함한 국민의힘 의원이 5명, 더불어민주당 의원 2명으로 극단적인 여대야소 구도다. 신계용 과천시장은 국민의힘 소속이다. 별도 상임위 없이 회기 때마다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안건을 처리해야 하는 7인 의회 특성상 의장을 제외하고라도 4명의 국민의힘 의원이 밀어붙이다면 소수인 야당 의견은 묵살되기 일쑤다. 실제 많은 기초의회에서 이 같은 현상은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초선과 여성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지만, 이들이 협치에 뜻을 모은 데는 전대 의회를 답습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있었다. 지난 8대 과천시의회와 지역정가는 현재 중앙정치와 비슷한 모습의 여야간 극한갈등으로 의원간 고소·고발은 물론 김종천 전 시장에 대한 주민소환까지 진행되기도 했었다.
박 의원은 “지금 정치가 굉장히 양극화됐는데 과천은 그게 좀 빨랐다”면서 “8대 때의 모습에 염증을 느낀 시민들을 보고 우리는 싸움의 정치를 끊어내자는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우윤화 부의장 또한 “지난 8대를 보면서 시민들께서 제발 9대는 그러지 말아 달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셨다. 그래서 우리도 모일 때마다 의도적으로 발목을 잡거나, 수적 우세로 밀어붙이지 말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각 당 강경지지층의 비토 의견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이 같은 질문에 우 부의장은 “왜 야당에 협의하냐는 질문에 과천시민의 실익을 위해서는 독주도 발목잡기도 아닌 대화가 중요하다”고 했고, 박 의원은 “시민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지적할 부분은 지적하고, 협치할 부분은 해야 저희 메시지 전달력이 커진다고 생각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거대여당의 독주도, 야당으로서의 야성도 결국 ‘시민 이익’이라는 의회정치 대전제 앞에서는 의미가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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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극한대립을 반복하는 중앙정치권과 국민을 향한 메시지를 부탁하자 두 사람은 주저하면서도 동일한 답을 내놨다.
두 사람은 “양극화 정치는 갈 때까지 간 상황이다. 시민들은 강대강으로 치닫는 정치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 정치인은 시민의 열망을 받아 싸움보다는 민생을 챙기는 화합의 정치를 해야 한다”, “정치란 시민에게 도움이 되냐 안 되느냐가 기본이 아닐까. 선출이 표심을 인식하며 휘둘리다 보니 목소리가 커질 때도 있는데 이번 현수막 사례에서 느끼듯 시민들은 결국 협치하는 모습을 원하는 게 아닐까 싶다”고 강조했다.
이번 과천시의회 사례에 대해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원래 지방정치는 중앙정치가 그대로 반영되는 구도였고, 이는 지방자치를 저해하는 요소이기도 했다”며 “중앙에서도 지역에서도 서로 싸울 수 있지만 이번 공동현수막은 지방정치가 중앙정치에서 벗어나 지역현실에 맞게 가는 것으로 잠깐의 가십거리일지라도 굉장히 좋은 현상이다. 한국 정치권에서는 하나의 희망일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이어 “이런 현상이 속출되려면 진정한 지방자치가 이뤄져야 한다. 중앙의 고리에서 벗어나 지역 문제를 같이 토론하고 비판하고 협치도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지역정당체제 개편이 필요하다”며 “이제는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을 광역단체장까지만 하고 지역당이 생겨나는 등 지역정당체제 개편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