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정부가 올해 연말까지 디지털자산 기본법 정부안 등을 마련하기 위해 최근 ‘디지털자산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출범했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명확한 정책 방향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가상자산 관련 사건·사고들이 잇따르면서 금융당국이 ‘산업 활성화’와 ‘규제 강화’ 사이에서 갈피를 제대로 못 잡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난 1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3차 민·당·정 간담회 및 디지털자산특별위원회 출범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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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17일 ‘디지털자산 민관 합동 TF’를 출범하고 1차 회의를 개최했다. TF에는 금융위를 비롯해 기획재정부, 법무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의 관계 부처·기관은 물론 학계, 연구계, 법조계 전문가들이 주축이 된 민간위원들도 참여한다.
이날 참석한 한 관계자는 “첫 회의라 그런지 앞으로의 구체적인 계획 등에 대한 논의보다는 원론적인 차원에서의 의견들만 공유했다”고 전했다.
금융위는 앞으로 TF에서 △디지털자산의 법적 성격과 권리 관계 및 디지털자산 관련 범죄 대응 방안△디지털자산과 금융 안정 및 디지털화폐(CBDC)ㆍ과세 이슈 △디지털자산의 발행ㆍ유통시장 규율 체계 △블록체인 산업 진흥에 대해 종합 검토할 계획임을 밝혔다. 그러면서 금융위는 TF를 지난달 출범한 ‘금융규제혁신회의’ 디지털혁신분과를 겸해 운영한다고 덧붙였다.
규제 완화에 초점을 맞추는 금융규제혁신회의 분과와 겸한다는 점에서 산업 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해석되지만, 정작 금융위가 제시한 TF의 향후 논의 대상엔 ‘산업 진흥’보다는 ‘규제 강화’에 힘이 실리고 있어 명확한 방향성을 읽을 수 없다는 분석이다. 이는 지난 11일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정치권, 가상자산 업계와 함께 가진 제3차 민·당·정 간담회 및 디지털자산특별위원회 출범식에서 “가상자산 제도화 방향에 대해 블록체인 등 새로운 기술을 통한 혁신과 소비자보호와 금융안정이 균형을 이룰 수 있는 방향으로 디지털자산 기본법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 같은 금융위의 포지셔닝에 대해 디지털자산 업계는 테라·루나 사태 등 최근의 잇따른 사건·사고들을 원인으로 거론한다. 금융감독원 출신의 법무법인 광장 강현구 변호사는 “이 분야가 검증된 곳이 아닌 데다 최근의 잇따르는 사건·사고들이 걸림돌이 돼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싶은 심정에서 명확한 방향성을 갖고 가기엔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유럽연합(EU), 미국, 일본 등 해외 동향을 충분히 살펴보고 참고해서 정부안을 만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의 방향성과 관련해 학계에선 대체로 관리적 측면을 강조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디지털자산이 실질적으로 자산으로써 역할을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관리·감독은 필요하다”며 “산업 활성화 개념보다는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관점에서 다른 금융 자산들과 유사한 정도의 관리·감독이 중요하다”고말했다.
디지털자산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하루빨리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주길 바라고 있다.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 입장에서는 당연히 산업 활성화를 원하지만, 이렇다저렇다 말할 처지는 아니다”면서도 “금융위가 일단 디지털자산 관련 미국 행정부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는 것 같은데 이에 대한 논의를 하루 빨리 진행해 주길 바랄 뿐”이라고 언급했다.
강 변호사는 “금융위가 최근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발표한 대로 ‘증권형 토큰’은 자본시장법 규제, ‘비증권형 토큰’은 새로운 디지털자산기본법에 포함시키는 큰 뼈대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가상자산공개(ICO)를 금지하는 것 같은 금융당국의 제스처는 외국 사례와 비교해 볼 때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고, 이에 대해선 유럽의 가상자산 규제안인 미카(MiCA) 규제안 등을 참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