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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17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의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해 “일시적”이라고 밝혔다. 기준금리 인상 같은 통화정책 변화를 이끌 만한 지속적인 흐름은 아직 아니라는 것이다. 파월 의장의 비둘기(통화 완화 선호) 모드에 시장은 환호했다.
“올해 인플레이션, 일시적인 반등”
파월 의장은 이날까지 이틀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올해 일어날 일시적인 인플레이션 반등(a transitory rise in inflation)은 통화정책 방향을 바꾸지 못할 것으로 본다”며 이렇게 말했다.
연준은 FOMC 직후 내놓은 경제 전망을 통해 올해 PCE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2.4%로 제시했다. 석 달 전인 지난해 12월 당시 수치(1.8%)보다 0.6%포인트나 높여 잡은 것이다. 석 달 사이 경제를 보는 눈이 달라졌음을 자인한 것이다. 다만 내년(2022년)과 내후년(2023년) 상향 폭은 작았다. 내년(1.9%→2.0%)과 내후년(2.0%→2.1%) 각각 0.1%포인트씩 올렸다. 올해 미국 경제는 반짝 성장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기존 전망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는 게 파월 의장의 속내인 것이다.
파월 의장은 “연준이 정책 기조 변화를 검토하려면 (정책 기준인) 2.0%를 넘는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이고 실질적으로 일어날 필요가 있다”며 “올해 인플레이션은 이 기준에 미치지 못 할 것”이라고 했다.
파월 의장은 또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에 대해 선을 그었다. 그는 “(테이퍼링 논의는) 시기상조”라며 “지속적인 2.0% 이상 인플레이션과 완전 고용 같은 실질적인 추가 진전(substantial further progress)이 있어야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연준이 테이퍼링 신호를 주기 전까지는 그걸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봐도 된다”는 언급까지 하며 시장을 달랬다.
그는 다만 “일부 자산의 가치는 역사적으로 볼 때 높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건 확실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의 이날 기자회견은 ‘올해 경제는 예상보다 빠르게 반등하겠지만 돈 풀기는 당분간 이어가겠다’로 요약할 수 있다. 그가 비둘기 면모를 다시 보였다는 평가가 시장에서 나왔다.
증시 환호…다우 3만3000선 첫 돌파
관심을 모았던 국채금리는 안정 흐름을 보였다. 이날 10년물 금리는 1.622%에 출발했는데, 오후 3시 넘어서는 1.616%까지 하락했다. FOMC 발표 전 1.689%까지 치솟았던 것과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의 마이클 애런 수석투자전략가는 “(파월 의장의 발언 기조는) 투자자들이 생각했던 가장 완벽한 시나리오”라고 했다.
다만 기준금리 인상이 당겨질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이날 나온 점도표를 보면, FOMC 위원 18명 중 4명은 내년 인상에 손을 들었다. 그 중 1명은 0.50~0.75%로 두 차례 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12월 점도표에서 내년(2022년) 인상을 점친 위원은 1명에 불과했다. 내후년 인상에 손을 든 위원은 5명에서 7명으로 늘었다.
이는 전체 18명 위원 대비 비중은 아직 소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추후 경제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워낙 크기 때문에 기준금리를 올릴 시기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