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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화 ‘포치’에 원달러 환율도 추가 상승 압력
인민은행은 26일 달러·위안 기준환율을 전장 대비 0.12%(위안화 평가절하) 상승한 달러당 7.1293위안으로 고시했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12년여만에 최고치다.
인민은행은 하루 한 차례 기준환율을 고시한다. 중국 역내시장에서 위안화는 고시한 기준 환율의 상하 2% 범위에서 거래된다. 위안화 고시 환율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3월 11일(현지시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이틀 후인 13일 달러당 7.0003위안으로 급등했다. 외환시장에서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지는 ‘1달러=7위안’을 넘어서는 ‘포치’(破七·달러당 환율 7위안 돌파)를 기록한 것이다.
위안화 환율 상승(평가절하)폭은 최근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지난 22일부터 이날까지 고시환율은 3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중국은 코로나19에 대응한 대규모 부양책을 위해서도 위안화 절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위안화가 평가절하되면 중국의 대미(對美) 수출이 늘어나는 효과가 생긴다. 이렇게 되면 중국 내수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주겠지만, 무역적자를 줄이려는 미국에는 큰 악재다.
위안화 하락은 다른 신흥국 통화가치까지 연쇄적으로 끌어내려 외환시장을 흔들 수 있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이 경제적 보복을 주고받는 방향으로 갈등 양상이 전개될 가능성이 커진데다 중국의 통화정책 완화정책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원·달러 환율도 추가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봤다.
美, 홍콩 특별지위 박탈 압박…中 “결정적 요소 아냐”
미·중 간 갈등이 격화하면 중국이 위안화 평가절하 카드를 전격적으로 꺼내 들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의 압박에도 홍콩 문제는 내정이라면서 제정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정면충돌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극으로 치달았던 지난해 위안화 환율은 심리적 지지선인 7위안을 돌파했고, 미국은 8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전격 지정하며 1차 환율전쟁의 서막이 올랐다.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건 1994년 빌 클린턴 행정부 이후 25년 만이다.
올해 1월 미·중 양국이 1차 무역합의를 타결하면서미국은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조치를 5개월 만에 해제해 1차 환율전쟁을 일단락했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책임론을 놓고 미국과 중국이 격돌하면서 환율전쟁으로 확전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미국이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을 앞두고 중국을 압박하고 만큼 위안화 변동성은 계속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달러당 위안화 환율이 7.2위안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미국과 중국이 올해 초 맺은 1단계 무역합의에는 환율 조작 금지 등이 담겨 있는 만큼 무역합의가 완전히 파기되지 않는 한 인위적인 절하조치가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왕타오(汪濤) UBS은행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위안화 가치가 최근 예상 밖으로 평가절하됐지만, 올해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7위안 아래에서 움직이면서 뚜렷한 가치하락은 없을 것”이라며 “중국이 위안화 환율 안정을 강조하고 있는데다 미·중 간 무역협상이 여전히 진행 중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