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현대상선의 자구계획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부산신항만터미널 매각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부산 항만시설의 개발 및 관리를 맡고 있는 부산항만공사와의 임대차계약에 따라 현대상선이 일정 지분율을 보유, 싱가포르 항만공사(PSA)는 주요지분 투자로 선회하면서 현대상선으로부터 일정 물량을 개런티받는 것을 골자로 한 주주간 계약에 대해 양측이 협상을 벌이고 있다.
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지난 1월7일 PSA와 현대부산신항만(주) 지분 40%+1주 매각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이달 중으로 딜 클로징(Deal Closing)을 선언하려고 했으나 지분 매각 구조가 변경되면서 매각 일정에 차질을 빚고있다. 당초 현대부산신항만 지분 50%+1주를 보유하고 있는 현대상선은 이 중 10%를 남기고 40%+1주를 PSA측에 매각키로했다. 대신 재무적투자자(FI)로서 지분 50%-1주를 보유하고 있는 IMM인베스트먼트의 펀드가 10%를 매각해 PSA는 총 50%+1주로 최대주주가 되는 구조였다.
하지만 정부가 외국계회사가 부산신항만 최대주주가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임에 따라 IMM인베스트먼트는 지분을 매각하지 않고 PSA는 소수지분 투자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구조가 바뀌었다. 해양수산부 산하기관인 부산항만공사는 당초 임대차계약상 현대상선의 지분율 보유의무 규정을 들어 이같은 조건을 전제로 매각을 승인했다. 현대상선 지분을 일부 남기고 PSA가 주요 지분을 인수할 경우 결과적으로 IMM인베스트먼트가 최대주주에 오를 전망이다.
이에 따라 현대상선과 PSA는 매각구조를 변경하기 위한 협의에 돌입한 상태로 지분 구조는 아직 논의 중인 단계다. PSA측은 주요지분 투자자로 참여하는 대신 현대상선 측에 일정 물량을 현대상선이 보장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이 전략적 투자자(SI)로서 부산신항만에 대한 실질적 경영을 유지하는 반대급부인 셈이다.
현대상선이 PSA측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고심하고 있어 매각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부산신항만 매각은 잠정적으로 보류된 단계”라며 “현대상선이 용선료 인하 협상 및 자율협약 추진 등 급변하는 상황에 처한 만큼 부산신항만 매각은 지지부진해진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