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법원에서 이들이 승소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관피아(官+마피아)의 낙하산 차단을 위해 제정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관피아 방지법)이 무력화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윤리위가 퇴직공무원의 재취업을 제한한 비율은 세월호 참사 이후 급증했다. 2012년 5%, 2013년 9.3%에 그쳤던 취업제한율은 2014년 19.6%로 크게 높아졌고, 올해(10월 기준)도 18.2%에 달했다. 윤리위 재취업 심사는 국가직 4급 이상, 지방직 3급 이상, 광역시의원 등이 대상이다.
특히 정부는 관피아 낙하산 차단을 위해 올해 3월31일부터 △퇴직자 재취업 제한 기간(퇴직 후 2년→3년) 연장 △업무관련성 판단 기준 확대(소속부서→소속기관) △재취업 제한기관수 확대(3960개→1만5033개) 등의 조치가 반영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마련해 시행 중이다.
관피아방지법 규정 모호..기관따라 해석 달라져
문제는 소송전에서 정부가 패소하는 경우다. 정부가 재취업을 제한해도 퇴직공무원이 불복해 소송을 제기하고 재판에서 잇따라 승소하면 취업제한 조치는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 아직까지는 법원이나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정부 손을 들어주는 경우가 많지만 퇴직자가 승소하는 사례도 드물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또 지난해 지자체 광역시의원 출신 2명이 공직 출마 이전에 근무했던 관내 대기업으로 재취업을 신청하자 윤리위는 업무연관성이 높다는 이유로 이를 불허했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 1심 재판부는 이들이 공직에 재직했을 당시 업무와 해당 대기업 간에 직접적인 업무관련성이 없다는 이유로 퇴직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S대 상근감사는 S대에 납품하는 식료품 회사에 재취업이 불허되자 행정소송을 내 승소했다. 3건 모두 패소한 쪽이 항소해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는 퇴직 전후의 업무관련성을 판단하는 범위, 직업선택의 자유를 인정하는 판단 기준이 각기 다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공직자윤리법 시행령(32조)은 업무관련성을 ‘직접적으로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인정되는 업무’로 모호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 결과 윤리위는 정부 기조에 따라 업무관련성을 폭넓게 해석해 재취업을 제한하고 있지만, 중앙행정심판위나 법원은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이유로 때로는 다른 결론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윤리위 관계자는 “세월호 사건 이후 민관유착을 근절하는 취지로 업무관련성 심사를 강화하면서 재취업 심사에 탈락한 퇴직공무원들의 행정심판·소송이 늘고 있다”며 “법원이 업무관련성 수준, 민관유착 우려, 직업선택의 자유를 어느 정도 고려하냐에 따라 승소 여부가 갈린다”고 말했다.
“규제 완화해야” VS “관피아방지법 무력화”
공무원 노조 관계자는 “법령을 확대 해석해 재취업을 지나치게 규제할 경우 명퇴자가 급감해 명퇴제도마저 위축되기 쉽다”며 “취업제한이 개인의 직업선택 자율권을 침해하고 조직을 침체시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 시행 1년도 안 돼 규제를 완화하자는 주장은 관피아 방지법을 무력화하려는 시도일 뿐이라는 비난도 나온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노웅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제기된 관피아 문제 때문에 ‘관피아 방지법’이 추진된 것”이라며 “불과 1년도 채 안 돼 현행 법을 완화하자는 주장은 정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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