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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3선의 정희수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새누리당·경북 영천)은 ‘숨은’ 정통 친박계다. 17~18대국회 당시 박 대통령의 경제교사로 이한구 의원이 유명했지만, 정 위원장도 자주 경제정책을 조언했다고 한다. 그는 속된 말로 ‘목소리가 큰’ 스타일이 아니다. 그래서 잘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란 게 측근의 설명이다. 대우경제연구소 지방산업경영센터 본부장 출신인 그는 지역경제에 특히 정통하다.
이데일리가 지난 1일 정 위원장을 찾았다. 조곤조곤한 어투, 나긋나긋한 미소, 절제된 손 동작. 그와의 인터뷰는 여타 정치인들과는 다소 달랐다. 여기에 국가경제를 두루 살펴야 하는 기재위원장직의 무게감까지 더해졌다. 그는 단어 선택 하나에도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었다.
그만큼 그의 주장은 무겁게 다가왔다. 정 위원장 측은 “경제에 있어서는 계파에 앞서 원칙주의적인 면모가 강하다”고 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최경환 경제팀’에 에둘러 묵직한 비판을 했는데, 이런 면모도 그의 소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3선·경북 경산 청도)이 그와 같은 계파이고 같은 경제통에 지역구도 인접한데도 말이다.
정통 친박임에도 경제는 원칙주의자…최경환 경제팀도 비판
-여권이 예산을 확대하면서 국가채무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국가채무는 잘 봐야 한다. 우리나라는 솔직하게 분식회계를 좀 한다. 정부가 할 일을 공기업에 맡기면서 빚을 전가시키는 거다. 그것까지 함께 봐야 제대로 된 채무관리다.”
-정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아직은 괜찮다고 한다.
“순수하게 GDP 대비 국가채무는 큰 의미가 없다. 그건 참고사항이다. 공기업이 부도나면 정부가 가만히 있을 건가. 실질적인 국가채무 규모는 현재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로) 40% 가까운 게 아니라 그 배 이상이 넘는 거다.”
-해외도 이런 식으로 국가채무를 산정하나.
재정건전성에 대한 그의 이런 우려는 여권 전반의 인식과도 약간 결이 다르다. 정부는 나라 빚을 공기업채무를 뺀 국가채무로 한정해 GDP 대비 비율을 30%대로 관리하겠다고 하고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이를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정 위원장은 이를 너무 안일한 재정 운용이라고 판단하는 듯했다.
정 위원장은 최근 정부의 단기부양책을 염두에 둔 듯 “보통 항생제 남용이라고 한다. 한번 하면 약발을 듣는데 또 하려면 용량을 키워야 한다”면서 “똑같은 논리다. 길게 멀리 보면서 신뢰를 주는 경제정책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바뀌면서 경제구조가 너무 복잡해졌다”면서 “전통경제학의 재정·통화정책만으론 한계가 있다”고도 했다.
국회경제정책포럼 창립 주도…계파 정당 망라해 두루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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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 뿐만이 아니었다. 박 대통령은 “자기 선거처럼” 선거운동을 주도했다고 한다. 정 의원 측은 “박 대통령이 영천 재보선에 쏟았던 열정은 본인의 자서전에도 생생히 나온다”고 전했다.
그가 국회에 입성할 수 있었던 ‘무기’는 경제였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특히 경제에 있어서 만큼은 계파와 여야를 떠나 국가를 위한 원칙주의가 중요하다는 게 정 위원장의 소신이다. 그가 2008년 만든 국회경제정책포럼에는 여야 의원들이 두루 참여하고 있다. “입법으로 말한다”는 그의 철학도 상당부분 경제에 중점을 두고 있다.
법인세율 문제도 전향적…“한시적으로 인상도 검토해야”
-법인세 인상 논쟁이 올해 정기국회 때 또 나올 텐데.
“(여야간 논의가 결론이 나지 않으니) 2년이든 3년이든 한시적으로 법인세율을 인상하자고 절충안으로 던진 적이 있었다. 일본이나 프랑스도 (세금이 잘 걷히지 않아) 어려울 때 그 정책을 쓴 적이 있었다.”
-지금도 같은 입장인가.
“그런데 지금 우리 당 입장에서는 법인세 얘기를 아예 꺼내지도 말라고 하니.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는 거다.”
정 위원장은 연말 정기국회 때마다 세법을 200개 이상씩 한꺼번에 바꾸는데 대한 문제의식도 상당하다. 정 위원장은 “일단 세법이 너무 복잡하다. 세무사 같은 전문가가 아니면 이해하기 힘들 정도다”라면서 “세법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게 단순해야 한다. 그래야 징수 비용도 적게 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제환경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세제정책이란 게 있는데, 세제정책을 남발하는 것도 경제주체들을 헷갈리게 만들 수 있다”고도 했다. 정 위원장은 ‘연말마다 쏟아지는 각종 조세특례제한법들이 주로 그 대상인가’라고 묻자 “무엇이든 ‘특’자가 들어가는 것은 좋지 않다”고 답했다.
인터뷰 말미에 정 위원장에게 최경환 경제팀이 잘 한 점과 못 한 점을 꼽아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약간 생각하더니 “그것은 기재위원장으로서 말하기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했다. 물론 국회 상임위원장은 일선에 나서기 보다는 상임위를 균형감있게 운영하는 게 임무이긴 하다. 다만 기자는 그가 비판의 초점을 정책의 주체가 아닌 정책 그 자체에 두고, 원칙을 말하려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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