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임금피크제는 고용창출을 위한 마중물”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18일 당 원내대책회의> |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사진=김정훈의원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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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임금피크제’가 노동개혁의 전부인 양 인식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말이 많습니다. 임금피크제는 일정 나이가 된 근로자의 임금을 낮추는 대신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하는 제도인데요. 정부·여당은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면 질좋은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이날 “마중물”이라는 발언도 같은 맥락입니다. 마중물은 우물 안 물을 잘 끌어 올리기 위해 펌프 안에 붓는 한 바가지 양의 물을 말합니다. 마중물이 없으면 아무리 펌프질을 해도 우울 안 물을 퍼 올리지 못합니다. 고용 창출을 위해서는 임금피크제가 꼭 필요하다는 겁니다. 반대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않으면 청년 일자리 창출이 안 되는 걸까요.
임금피크제가 왜 도마위에 올랐는지 살펴보죠.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이른바 ‘60세 정년 연장법’이 당장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됩니다. 권고조항이던 정년(停年)이 의무조항으로 바뀌게 되는 거죠.
정년 연장으로 기업 인건비가 오른다고 합니다. 2013년 정년 연장법 개정 당시 정년 연장 의무화와 함께 ‘노사 양측이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문구를 넣은 것은 이 때문입니다.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일정부분 덜어주기 위한 장치인 셈이죠. 법 조항 안에 있는 ‘임금체계 개편’과 같은 말이 바로 임금피크제입니다. 노동계는 이 제도가 임금 삭감을 위한 편법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정부·여당이 청년고용 창출이라는 깃발을 들고 귀족노조 때리기에 나서면서 노동개혁의 최대 난제 중 하나로 자리 잡게 된 거죠.
그러면 정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기업이 신규 채용에 나설까요. 김 정책위의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연구기관의 보고서에 따르면 임금피크제의 실시로 5년간 약 26조원이 절감되고 그 비용을 청년고용에 사용한다면 5년간 총 31만 3000개의 청년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얼핏 보면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기업은 26조원을 절감하고, 절감액으로 청년 고용을 한다면 31만 3000개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것처럼 들립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정년연장에 따른 기업의 추가 인건비 부담액 107조원이 빠졌습니다. 김 정책위의장이 인용한 보고서는 한국경제연구원(KERI)소속 우광호 선임연구원인 작성한 ‘임금피크제의 비용절감 규모 및 시사점’입니다. 원문을 보면 ‘2016~2020년 현 임금체계를 유지한다는 가정하에 정년연장에 따른 추가 인건비 부담액은 107조원으로 추정된다. 임금피크제가 시행되면 5년간 총 26조원의 인건비 절감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9세 정규직 근로자 31만명을 신규 채용할 수 있는 규모다’라고 나와 있습니다.
기업이 추가 인건비 부담액 107조원에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26조원을 절감한다해도 81조원이라는 추가 인건비 부담은 떠안아야 합니다. 물론 정부는 장려금을 지원하거나 세액공제, 세무조사 면제나 우대 등 다양한 혜택을 지원하겠다고 합니다. 그래도 이윤추구가 최대 목적인 기업 입장에서는 신규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설 동기가 부족해 보입니다. 우 선임연구원은 “얼마가 절감되든 기업이 청년 고용을 할는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고 했습니다. 정년연장에 따른 비용 107조원을 전액 상쇄할 만큼의 정부 지원이 없다면 말이죠. 여당의 한 재선의원은 “(임금피크제로 청년 고용 창출한다고) 너무 몰아가서는 안된다”고도 했습니다. 그만큼 임금피크제 도입이 매력적인 청년 고용 유인책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러면 이제 임금피크제는 최소한 지금의 청년 고용난을 더 악화하지 않도록하는 제동 장치쯤으로 봐야하지 않을까요. 임금피크제가 청년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 낸다는 마법 같은 이야기보다는 현실적이고 진정어린 말과 행동으로 노동계와 국민을 설득해야 합니다. “아버지가 더 일하시는 만큼 그 월급의 일부는 자식을 위해 조금이라도 양보하지는 않으시겠습니까”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