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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장난감을 통해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고 향유하는 이른바 ‘토덜트’가 부상하고 있다. 성장을 거부한 성인이라는 시선은 오해다.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던 유년기의 동심을 잊지 않고 스스로의 행복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선 이들이다. 회사원, 언론인, 연예인, 의사, 건축가, 주부 등 직업도 다양하다. 철부지라고 폄하하는 시선이 있지만 어느 새 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했다.
2012년 5월 서울 용산구 용산동 아이파크백화점 7층에 ‘토이&하비 테마관’이 문을 열었다. 흔히 프라모델이라 불리는 조립식 장난감을 비롯해 영화·애니메이션 등 각종 캐릭터 모형을 일컫는 피규어, RC라 불리는 무선조종 자동차·비행기를 판매하는 대형매장이다. 처음 문을 열었을 때 과연 장사가 될지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기우였다. 지난 3년 동안 연평균 매출이 30~80%로 늘어났다. ‘건프라’(일본 애니메이션 건담 시리즈의 프라모델)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반다이남코코리아의 최형민 매니저는 “10년 전 한국 내 반다이 총판 매장은 현재의 4분의 1도 안 됐다”며 “대형쇼핑몰에 매장이 들어와 있다는 것 자체가 현재의 시장규모를 알려준다”고 말했다.
장난감이라고 몇천원에 불과할 거란 생각도 편견이다. 최 매니저에 따르면 5만~15만원대 수요가 가장 많고 30만~40만원대 고가제품도 제법 잘 팔린다. 건프라 마니아인 회사원 김용익(42) 씨는 “한 해 수십만원어치의 모델을 산다”며 “일본까지 가서 사오는 애호가도 많다”고 말했다. 아카데미과학 용산총판점의 엄형근 이사는 “지난 몇년간 꾸준히 매출이 올라 한 해 약 50억원에 이른다”며 “손님 중에는 고소득 전문직종도 많다”고 달라진 현실을 전했다.
이런 변화에 대해 손원경 토이키노장난감박물관 대표는 “최근 미국과 일본의 영화와 애니메이션 등에서 나오는 다수의 문화상품이 토덜트족을 겨냥해 개발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사회적 맥락과 기술이 녹아있는 만큼 장난감도 문화로 받아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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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덜트의 부상을 두고 전문가들은 한국사회의 문화적 다양성이 활성화된 것으로 분석한다. 지난 반세기 유례없는 경제성장을 이루면서 일방적으로 무시해온 개인 정서를 살려내는 순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1970년대 청바지가 젊은이의 전유물에서 벗어나 하나의 문화가 되었듯 장난감도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장난감을 들고 모인 성인들이 만든 새로운 문화라는 것이다.
▲토덜트(todult)는 장난감을 뜻하는 영단어 ‘토이’(toy)와 성인을 뜻하는 ‘어덜트’(adult)를 합성한 조어다. 어린 시절에 가지고 놀던 추억의 장난감을 즐기고 수집하는 성인을 뜻한다. 토덜트족에게 장난감은 단순한 놀잇감이 아닌 모으고 감상하며 제작하고 조정할 수 있는 여가생활의 핵심콘텐츠다. 1970~80년대 유년시절을 보낸 30~40대가 경제력을 가지면서 관련 산업과 시장을 키우고 있다. ‘아이들 같은 감성과 취향을 지닌 어른’을 지칭하는 키덜트가 생성한 가장 구체적인 문화현상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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