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브리핑]잡장에 대처하는 자세

  • 등록 2014-08-26 오전 7:27:07

    수정 2014-08-26 오전 7:27:07

[이데일리 임성영 기자] “요즘 장은 그야말로 잡장이죠.”

최근 주식시장에 대한 증권업계 종사자의 평가다. 이 얘기를 들은 업계 관계자들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단어가 다소 거칠긴 했지만 수긍하는 분위기다.

코스피 지수가 지난 3년간 형성됐던 박스권 상단 2050선을 돌파하면서 한 단계 레벨-업 됐다. 박스권 상단을 뚫어낸 주역은 IT주도, 조선주도, 자동차주도 아니다.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오뚜기(007310) 롯데칠성(005300) CJ제일제당(097950) 아모레G(002790) 산성앨엔에스(016100) 알톤스포츠(123750) 다음(035720) 한국콜마(161890) 등 그동안 주식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특정한 업종이 아닌 온갖 잡다한(?) 종목들이 급등하면서 지수를 끌어 올렸다. 그야말로 비주류(非主流)의 주류화(主流化)가 나타났다.

처음 이들 종목이 상승에 시동을 걸 때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기존 주류주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오히려 기존 주류주들의 반등 타이밍을 노리며 기다렸다. 투자자들의 생각에 아랑곳하지 않고 비주류들은 전고점을 돌파하고 52신고가를 경신하며 흔들리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사태에도 미국의 조기 금리 인상 이슈에도 유럽의 경기 부진 악재에도 밀리지 않았다.

그제야 많은 투자자는 무릎을 치며 주식시장의 트렌드가 바뀌었다는 걸 깨달았다. 막상 매수하려고 주가차트를 열자 무서울 정도로 급등한 주가에 매수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쯤이면 주가가 고꾸라질 때가 됐다며 돌아선 투자자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그때라도 주식을 산 일부의 투자자들은 잡장에서 소외감이 그리 크지 않았을 거다. 이후로도 이들 종목은 사상최고가를 연일 경신하면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일 미국증시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추가 경기부양 가능성과 기업 인수·합병(M&A) 호재가 겹치면서 상승 마감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500 지수는 사상 처음으로 장중 2000선을 돌파했다. 개장 전 우크라이나 국경수비대가 국경을 넘은 러시아 병력과 교전 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왔지만 영향을 주지 못했다.

잡장에서 소외되면서 한가지 배운 게 있다. 주식시장을 이기려 들면 참패한다는 것. 이번 장에서 배운 유연함을 앞으로 잘 활용하면 기회는 충분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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