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실명제 발표 다음날인 1993년 8월 13일 증권거래소는 제시간에 열리지 못했다. 워낙 삽시간에 발표가 이뤄지다 보니 투자자들이 이해할 시간이 필요했다.
오후 2시10분 드디어 장이 열렸다. 하지만 충격을 완화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사실상 시장이 마비됐다.
이날 주가지수는 전날 752.94에서 693.57로 7.9% 폭락했다. 92조4860억원이었던 시가총액은 하룻새 88조3540억원으로 4조원이 날아갔다. 평소 하루 1500만주에서 2000만주씩 거래되던 시장이었지만 13일 거래량은 135만주에 불가했다. 10분의 1수준이었다.
당시 여의도 입성 4년차였던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당시 모든 종목이 깡그리 하한가로 곤두박질쳤다. 장이 열리자마자 거래할 수 있는 종목도 몇 개 없었다”며 그는 “지하자금이 한번에 빠져 나와야 한다니까 충격과 공포는 말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고 회고했다.
당시 모 증권사 국제조사부 신입이었던 우영무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금융실명제를 어떻게 번역해야 하는지 고민했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새로운 제도 도입에 주가는 물론 모든 금융업계 사람들이 혼란을 겪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초반의 혼란은 비교적 빨리 수습됐다.
18일에 급등세가 연출됐다. 이날 지수는 전일보다 24.24포인트(3.52%)나 올라 713.18을 기록했다. 그리고 8월말 증시는 완전히 안정을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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