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초 경기도의 한 신도시에서 청약을 진행했던 B아파트도 쓴 맛을 톡톡히 봤다. 중대형 아파트 1410가구를 공급했지만 591가구가 대거 청약 미달된 것이다. 견본주택 문을 연지 나흘 만에 3만 8000여명의 인파가 몰렸다는 업체 설명과는 딴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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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북적대는 인파가 반드시 청약 흥행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최근에는 주변에서 반대 사례를 찾는 게 어렵지 않다. 지난 3월 실시한 경기도 화성의 동탄2신도시 3차 합동분양이 대표적이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6개 건설사가 참여한 1·2순위 청약결과 33개 주택형 중 청약을 마감한 건 6개 타입 뿐이었다. 견본주택 개관 뒤 예비청약자가 하루 평균 1만명 이상씩 몰리며 인산인해를 이뤘다는 업체 발표가 궁색해지는 결과였다.
모델하우스는 늘 들썩이지만 정작 분양실적은 기대를 밑도는 경우가 적잖다. 이른바 ‘풍요 속 빈곤’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내방객 수를 따져 분양 흥행과 청약 여부를 점쳐보려는 예비수요자들로선 어리둥절한 노릇이다.
◇모델하우스 방문객 수는 건설사 ‘추정치’
내방객 수는 통상 견본주택 개관일부터 청약일 전까지 단위시간당으로 집계된다. 결과는 분양업체가 계량화해 내부 자료로 사용하는 동시에 홍보 목적으로 외부에도 알린다. 직접 세는 것 외에 다른 방법도 동원된다. 방문객이 기념품을 받기 위해 작성한 설문지를 집계하는 등 업체별로 수단이 다양하다는 게 분양업계 종사자들의 설명이다.
이 같은 방식으로 집계되다 보니 업체 설명을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사람이 하는 일인데다 홍보 차원에서 숫자를 불릴 수도 있어서다. 또 대다수 업체가 일요일 오전 홍보자료를 배포하는 탓에 일요일 방문객 수는 대략적인 추정치가 적용된다.
D건설사 관계자는 “견본주택은 금요일 문을 열어 주말까지의 내방객 수를 집계하지만 일요일 오전에 자료를 내다보니 이날은 방문객 수를 추정해야 한다”며 “보통 일요일도 토요일만큼은 올거라고 보고 수를 따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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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건설 관계자는 “시장 여건이 좋지 않아 마케팅 측면에서 일단 사람을 모이기 위해 행사를 많이 하게 되면서 예전에 비해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많이 찾는 추세”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분양업체가 이벤트와 행사로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방식이 일반화되면서 ‘견본주택 방문자=예비청약자’라는 옛 공식이 성립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대림산업의 유제규 분양촉진팀 부장은 “예전에는 분양을 하면 누가 오든 집이 잘 팔리니 홍보에 적극적이지 않았지만 지금은 모델하우스 오픈 3개월 전부터 마케팅 전략을 짠다”라고 말했다.
건설업계에 20년여 간 몸담은 한 관계자는 “분양시장 활황이던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모델하우스만 열면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방문객 수가 별 의미 없었다”면서 “지금은 이벤트를 해서라도 사람을 모으는 게 우선이 되다보니 내방객 숫자가 갖는 의미도 과거보다 중요해져 주요 홍보대상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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