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대한해운(005880) 본입찰에서는 1450억원을 써낸 사모펀드(PEF)인 한앤컴퍼니가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한앤컴퍼니는 앞으로 대한해운에 대해 정밀 실사를 벌여 인수 가격을 최종 조율하게 된다.
한앤컴퍼니는 대한해운을 인수하게 되면 대표 자리에 해운업계 전문경영인을 앉히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망에는 이종철 전 STX그룹 부회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대한해운 매각이 불발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한해운 채무가 1조원이 넘는데다 한앤컴퍼니가 인수 가격을 해운업계 평가보다 높게 부른 탓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한해운은 포스코와 한전 등 장기 수송계약 외에 미래에 매출로 잡힐 부분이 거의 없어 대한해운의 가치를 600억~800억원 정도로만 보고 있다”고 말해 매력이 없다고 전했다.
STX팬오션(028670)의 매각 주관사로 선정된 모건스탠리와 SC은행은 설연휴가 지나고 투자설명서(IM)를 보낼 계획이다. 앞서 지난 1월 초에는 매물설명서(티저레터)를 삼성, 현대차, SK, CJ 등 국내 대기업 인수 물망 후보자에게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의 현대글로비스(086280)가 STX팬오션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해운업계에서는 글로비스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글로비스는 지난해 3분기에 6조9516억원의 누적 매출액을 기록하며 6조1095억원에 그친 국내 2위 선사인 현대상선(011200)의 매출액을 이미 넘어섰다. 올해는 해운업계 1위인 한진해운(117930)의 매출액마저 따라잡을 것으로 예측됐다.
이처럼 글로비스의 성장세가 가파르자 국내 해운업계는 “글로비스가 STX팬오션이나 대한해운을 인수하면 누가 이를 상대로 싸울 수 있겠느냐”며 긴장하고 있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외국계에 넘어가는 게 더 낫다는 우스개 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외국계에 국내 대형 벌크선사가 넘어가면 안 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선주협회 관계자는 “일본선사가 STX팬오션을 가져가 국내 대량화물시장을 공략하는 교두보로 삼으면 상당히 곤혹스러울 것”이라며 외국계로 넘어가는 것에 대해 큰 우려를 표했다.
STX팬오션 매각이 난항을 겪으면 채권단이 일정을 조정하며 또다시 매각 절차를 밟겠지만 장기 표류할 가능성도 커진다. STX로서는 2~3년 후 해운경기가 되살아 때까지 시간을 버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일 수도 있다. 산업은행이 STX팬오션의 국내외 거래업체와 금융회사 앞으로 협력관계를 계속 유지해줄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 STX그룹에 대한 지원을 공개적으로 표명한 것도 STX에는 희망적이다.
실제로 업계 일각에서는 STX그룹이 STX팬오션을 실제로 팔 생각이 없는데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게 보여주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내놓았다는 시각도 있다. STX 관계자는 “캐시카우라 아깝긴 하지만 그룹에서 팔 수 있는 것은 전부 정리하고 있는 만큼 현재로서는 STX팬오션을 내놓는 수밖에 없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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