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①새내기 직장인, 은행서 적립식 ETF 시작하기

투자방법 모를 땐 '적립식'…임의식보다 수익률 높아
증권사 HTS 없이 인터넷뱅킹 환매
  • 등록 2012-09-10 오전 8:10:00

    수정 2012-09-11 오후 4:00:41

[이데일리 성선화 기자] 내 나이 서른. 직장 생활 3년 차. 직장에선 나름 인정받는 신입사원이다. 하지만 통장 잔액은 100만원 남짓. 누구보다 열심히 일해 왔건만 매달 남는 건 두려운 카드 값이다. 돈이 어디로 새는지 도통 모르겠다. 이제는 결혼 준비도 해야겠고, 노후 준비도 남의 일이 아니라는 불안감이 든다.

참으로 강력한 펀치다. 나와 동갑인 친구를 만났다. 그는 최근 ETF(상장지수펀드) 투자로 재미를 좀 봤다고 했다. 매달 5만원씩 ETF 투자를 하고 있단다. 특히 요즘 같은 박스권 시장에선 수수료가 싼 ETF를 ‘강추’한다고. 투자법을 집중해서 들어보지만, 머릿속은 백지장이다. 이럴 땐 직접 부딪혀 보는 게 상책이다.

◇은행에서 ETF 투자하기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이 처음으로 일본을 추월한 지난 7일. 국민은행 상담 창구로 갔다. 원래 ETF는 증권사에서 거래하지만, 국민은행은 은행창구에서도 간편하게 가입 가능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ETF 투자를 좀 하고 싶은데요~.”

친절한 설명이 시작됐다. 먼저 투자성향 분석을 했다. 몇 가지 질문에 체크하자, ‘위험중립형’으로 나왔다. 하지만 투자하려는 ETF는 원금 손실이 있는 ‘적극투자형’ 상품이다. 본인의 성향보다 투자 위험이 큰 상품에 투자한다는 서약서를 썼다.

고위험 상품이라…. 그런데 친구가 ETF를 추천한 이유가 뭘까. 오인석 국민은행 WM사업부 투자전략팀 부장은 ETF의 장점을 ‘펀드’와 ‘주식’의 장점을 뽑아 만든 상품이라고 했다. 한마디로 펀드와 주식의 중간 상품이라는 것이다.

개별 주식을 하나로 묶어 지수화하고 이 지수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주식처럼 손쉽게 매매하지만, 펀드보다 수익률은 높은 ‘하이브리드’ 상품이 탄생했다. 아직 국내 투자자들에겐 생소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검증된 투자 수단이라고 설명한다.

◇ETF 투자도 맞춤형으로

“어디에 투자하면 될까요?”

그는 워낙 종류가 많아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0% 이상 원금 손실을 두려워하는 만큼 그나마 안정적인 ‘코리아인덱스 ETF’와 ‘삼성그룹주 ETF’를 추천했다. 코리아인덱스 ETF는 국내 주가가 앞으로 계속 상승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국내 대표 주식 200개를 선별해 지수화한 코스피KOSPI)200에 따라 수익이 나도록 했다. 예를 들어 코스피200이 100일 때 투자를 했고 환매 시 이 지수가 130으로 올랐다면, 투자 원금에 1.3배를 곱한 만큼을 받게 된다. 10만원을 투자했다면 13만원을 받는다는 얘기다. 삼성그룹주 ETF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그룹 내 모든 계열사를 합쳐 지수화했다. 그가 이 두 ETF를 추천한 것은 가장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좀 더 공격적인 성향의 투자자라면 주가지수가 오르면 수익이 배가 되는 ‘레버리지 ETF’나 떨어질 때 수익을 내는 ‘인버스 ETF’도 괜찮다고 했다. 이는 앞으로의 주가 전망을 바탕으로 투자한다. 이전에 주식 투자를 해 본 경험이 있는 투자자는 업종별 ETF도 해볼 만하다. 업종별 주가를 지수화해서 투자하는 것이다. 그는 “시장과 업종에 대한 분석력이 있는 투자자라면 좀 더 공격적으로 나서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선뜻 엄두가 나질 않는다.

◇ETF도 적립식 펀드처럼

“어휴~. 언제 사고 언제 파나요? 가뜩이나 신경 쓸 일이 많은데….”

한숨을 내쉬자, 그는 적립식 펀드 같은 ‘적립식 ETF’ 투자를 추천했다. 매달 일정 금액을 정해놓은 날짜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적립식 ETF의 투자 수익률이 임의식 ETF보다 높다는 것. 열심히 머리를 써서 투자 시기를 결정하는 것보다 아무 생각 없이 매달 조금씩 투자하는 게 나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신경 쓸 일 없이 적립식으로 투자할 수 있다는 말에 솔깃했다. 일단 각각 5만원씩 매달 투자를 시작해보기로 했다.

무엇보다 HTS(홈트레이딩)을 통하지 않고 인터넷 뱅킹을 통해 투자와 환매가 가능하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증권사를 통해 ETF 투자를 하면 HTS(홈트레이딩시스템)으로 매도와 매수를 해야 한다. ETF 투자에 좀 더 익숙해지면 직접 투자에 나서봐야겠다. 국내 상장 ETF는 무려 129개 종목이나 된다.

ETF는 7월 말 12조원을 돌파한 뒤 한 달도 되지 않아 13조원을 돌파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들어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ETF에 눈을 돌리는 투자자들이 많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지수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ETF의 인기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 용어설명 : 상장지수펀드(ETF·Exchange Traded Fund)

증권선물거래소에서 상장돼 일반 주식처럼 거래되고 있는 인덱스 펀드. ETF에는 KODEX200, KOSEF200, TIGER200, KINDEX200 그리고 TREX200 등이 있다.

세계 최초 ETF는 1990년 캐나다증권거래소에서 상장됐다. 그 후 미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적으로 급성장했다. 한국은 2002년 10월 처음으로 코스피200과 코스피50을 추종하는 4개의 ETF가 상장됐다. 지난해 국내 ETF시장 규모는 9조 5046억원이며, 첫 상장 이후 25배 이상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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