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비리종합세트로 전락한 지방의회 의원 해외출장

  • 등록 2024-12-18 오전 5:00:00

    수정 2024-12-18 오전 5:00:00

지방의회 의원들이 공무로 해외출장을 다녀온다고 하면서 항공권을 조작하거나 여비를 허위 청구한 사례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어느 지자체 할 것 없이 공공연하게 적발된 사례다. 현지 스케줄에서 관광 일정이 포함된 경우는 물론이고, 아예 가이드 및 입장 요금까지 예산으로 지출하기도 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방의회 234곳을 대상으로 2022년부터 최근까지 지방의원들의 해외출장 실태를 전수 점검한 결과 확인된 사실이다. 지방의원들이 해외출장을 추진하면서 탈법으로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는 얘기다. 주민들로부터 거둔 세금이 아무런 견제도 없이 빠져나가고 있는 셈이다.

출장결과 보고서를 베껴 내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드러나는 것도 그런 때문일 것이다. 관광지 위주로 둘러보면서 여흥을 즐기고 돌아왔는데 보고서에 무슨 내용을 제대로 담을 수 있을 텐가. 심지어 보고서 작성까지 여행사에 맡기고 그 수고비를 예산으로 지급한 사례도 적발됐다니 할 말을 잃는다. 지방의원이라는 최소한의 체면조차 내팽개친 처사다. 지방의원들의 잘못된 해외출장 행태는 이미 귀가 닳도록 전해진 바 있고, 그럴 때마다 특단의 개선책이 거론됐지만 전혀 고쳐지지 않은 채 폐습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지방의원들의 그릇된 작태는 해외출장 명분으로 예산을 축내는 것만이 아니다. 주민들의 전체 이익을 위해서 활동하기보다 자신들의 이해타산이 앞서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의회 사업을 하면서 특수관계 사업자와 수의계약을 체결하거나 간담회를 열고 자신과 관련 있는 업소에서 단골로 식사비를 지출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여기에 지방의원 개인들의 성희롱이나 음주 뺑소니 사례는 덤으로 추가된다.

이런 식이라면 지방의회 운영을 철저히 손봐야 한다.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명분으로 지방자치가 도입됐고, 지방의회가 각 기초단체의 발전을 위해 기여해 온 측면도 상당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오히려 상전으로 군림하려는 단계에 이르렀다. 지방자치를 폐지해 원점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원성까지 들려올 정도다. 이번 기회에 지방의원들 해외출장에 대해서는 규정을 엄격히 적용하도록 하고 과도한 지출에 대해서는 환수할 수 있도록 개선책이 마련돼야 한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서는 안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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