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양지서도 일해요” 청년층에 외면 받던 건설업계 달라졌다

건설업 부정적 인식, 청년인재 유입 막아
수평적 조직문화 조성, 근무환경 개선 속도
건단연 '건설산업 이미지 개선 협의체' 출범
"젊은 층 사라지는 산업엔 미래 없어"
  • 등록 2024-11-26 오전 5:00:00

    수정 2024-11-26 오전 7:02:03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청년층의 건설업 기피 현상이 심화하면서 건설업계가 조직문화와 대외 이미지 개선에 팔 걷고 나섰다. 창의적인 청년 인재의 유입 단절은 미래 경쟁력 상실로 이어진다는 위기감에 따른 것이다.
건설현장 전경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25일 한국건설인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체 건설기술인 98만 6786명 중 20대·30대는 16만 3738명(16.5%)에 그쳤다. 40대까지 포함해도 절반(45.7%)을 넘지 못한 가운데, 50·60대 건설기술인 수(53만 4261명)는 전체 54.1%를 차지하는 등 건설업계 고령화는 해마다 심화하고 있다.

아울러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건설업 청년층 취업자는 13만 1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만 7000명 줄었다. 졸업 후 첫 일자리 산업으로 건설업을 선택한 청년도 서비스업 등 총 10개 산업 분야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건설 관련 학과 학생들의 건설 분야 취업 및 대학원 진학 희망 비율은 각각 22%, 9%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청년들이 건설업 진출을 꺼리는 것은 건설업계 조직문화가 보수적·폐쇄적이고, 격무에 시달린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다는 진단이다. 또 건설업을 둘러싼 부실시공, 안전사고, 부정부패, 환경오염 등 부정적 이미지도 굳어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성유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러한 고정관념은 청년 인재 유입을 저해하는 중대한 요인”이라며 “건설 산업 역시 청년들이 중시하는 가치를 제공하고 있음을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건설사들은 청년층의 눈높이에 맞춰 조직문화와 대외적 인식을 바꾸는데 속도를 내고 있다. 일례로 GS건설은 최근 건설사 최초로 면접 복장을 자율화하고, 면접관과 면접자가 친밀한 분위기에서 소통하도록 채용방식을 개편했다. 청년과 회사가 최초로 관계를 맺는 채용 단계부터 변화를 꾀한다는 취지다.

아울러 모든 직원이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호칭을 단일화하고, 개방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반바지 출근 등을 허용했다. 마찬가지로 대우건설은 기존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의 5단계 직급을 ‘전임-선임-책임’의 3단계로 단순화하는 등 수평적 조직문화 정착에 나섰다.

롯데건설은 20~30대 직원들로 구성된 ‘주니어보드’를 운영하며 청년 직원들과 소통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로 4기를 맞은 주니어보드는 ‘MZ 직원이 기대하는 행복한 회사’를 주제로 그룹사 간 정보를 교류하고, 주니어와 시니어가 서로의 입장을 전환하는 ‘스위치 총회’를 진행하며 회사 주요 의사결정에 주니어의 의견을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일터·가정의 양립을 위해 관련 복지를 늘려나가는 건설사도 많다. 대표적으로 부영그룹은 올해부터 직원이 자녀 1명을 출산하면 현금 1억원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각계의 주목을 받았고, 이후 공개채용 경쟁률이 이전보다 5배 이상 높아지기도 했다.

현대엔지어링은 청년들의 감성에 맞춘 유튜브 콘텐츠로 청년들과의 접점을 넓혀가고 있다. 신입사원 브이로그 모의면접과 사내 모습을 알려주는 ‘현엔 클라쓰’, 현대엔지니어링의 협력사에 대해 소개하는 ‘현엔가족 리포트’ 등은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또 호반건설은 직원들이 여행지나 휴양지에서도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하는 이른바 ‘워케이션’, 개인의 생활 패턴에 맞춰 출·퇴근 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시차 출·퇴근제’, 자율복장 제도 등을 운영하며 개방적인 조직문화를 조성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민간 건설사들로 구성된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는 지난 20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스마트건설 엑스포’에서 ‘건설산업 이미지 개선 협의체‘ 출범식을 개최했다. 협의체는 건설업계에 대한 뿌리깊은 부정적인 인식을 바로잡는 방안을 모색하겠단 방침이다.

한승구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 회장은 “그간 건설 산업이 국가 경제에 기여한 것에 비해 건설인의 가치와 역할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젊은 건설인들이 사라지는 것이 안타깝다”며 “젊은 층이 사라지는 산업에는 미래가 없다, 젊은 인력이 건설 산업과 함께 할 수 있도록 합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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